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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채워진 화면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AI Agent 2026. 8. 3. 21:00
지난주 목요일 오후, 보고용 요약 한 장을 만들어 달라고 시켜놓고 커피를 내리러 갔습니다.돌아와 화면을 보니 카드가 말끔하게 차 있었습니다.항목 여섯 개가 줄 맞춰 들어가 있고, 위쪽엔 "6개 생성됨"이라는 숫자가 큼지막하게 떠 있었습니다.빈 칸이 없었습니다.빨간 표시도, 미완성 딱지도 없었습니다.누가 봐도 다 된 화면이었습니다.저는 그대로 넘기려고 했습니다.다 됐는데 더 볼 게 뭐 있겠습니까.그런데 마우스를 옮기다가 항목 하나가 눈에 걸렸습니다.제가 분명히 '주간 요약'으로 넣어 달라고 했는데, 카드에 박힌 이름은 '7일 요약'이었습니다.딱 한 단어 차이입니다.한 주가 곧 이레니까 뜻이야 같습니다.그런데 그건 제가 쓴 말이 아니었습니다.누가 '주간'을 '7일'로 슬쩍 바꿔 적어둔 겁니다.그 상태로 넘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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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았겠지로 넘기지 않은 4번의 왕복AI Agent 2026. 8. 1. 09:00
손으로 적은 회의 메모 넉 장을 스캔해서 AI한테 넘겼어요.표로 좀 옮겨 달라고요.한 십 초쯤 지났나, 깔끔한 표가 돌아왔어요.줄도 안 틀어지고, 칸도 빈 데 없이 꽉 찬 표였어요.넉 장이면 손글씨가 빽빽한데 그걸 순식간에 표로 떠 주니, 솔직히 좀 고맙기도 했어요.눈으로 쭉 훑으니 거의 다 맞았더라고요.95% 정도는요.이게 좀 위험한 순간이에요.표가 깔끔하면 다 맞은 것처럼 보이거든요.예전 같았으면 여기서 그냥 "오케이" 하고 다음 일로 넘어갔을 거예요.근데 그날따라 그 95%가 더 걸렸어요.믿을지 말지를 제가 다시 정해야 했거든요.표 전체를 다시 읽자는 얘기가 아니었어요.AI가 자신 없어 한 칸만 남겨준다면, 사람은 그 칸만 보면 되는지 확인하고 싶었어요.95%가 맞았다는 게 더 무서웠어요95%가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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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다 통과했다길래 믿었어요AI Agent 2026. 7. 27. 21:00
"테스트 전부 통과했습니다." 이 한 줄을 보면 마음이 좀 놓여요.몇 천 개가 다 초록불이라는데, 거기다 대고 뭘 더 의심하겠어요.그날도 그랬어요.늦은 시간이었고, 빨리 접고 자고 싶었고, 다 통과라니까 됐다 싶었어요.근데 덮으려다가 뭔가 좀 걸렸어요.몇 천 개가 한 번에 다 통과한다고?내가 만진 게 그렇게 깔끔할 리가 없는데.평소 같으면 어디 하나쯤은 빨간불이 떠야 정상이거든요.빨간불이 뜨면 귀찮긴 해도, 적어도 뭔가 보고 있다는 신호잖아요.근데 처음부터 끝까지 다 초록불인 건, 일을 잘했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안 건드렸다는 뜻일 수도 있어요.너무 매끈한 게 오히려 이상했어요.그 위화감 하나 때문에 덮으려던 노트북을 다시 끌어당겼어요.하나만 열어봤어요그래서 그 많은 것 중에 하나만 열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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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터지는 게 내 탓인 줄 알았어요AI Agent 2026. 7. 26. 21:00
버그는 꼭 자기 전에 터져요.불 끄고 누우려는데 알림이 뜨거나, 양치하다가 폰을 들여다보거나.낮에는 멀쩡히 돌아가던 게 하필 하루를 접으려는 그 타이밍에 안 된다고 올라와요.그날도 그랬어요.침대에 반쯤 누운 채로 노트북을 다시 열었고, 또 밤이네, 하는 한숨이 먼저 나왔어요.화면 하나가 안 뜬다는 거였어요.별로 안 어려워 보였어요.그게 더 문제였고요.처음 든 생각은 내 탓이었어요.밤이라 머리가 안 돌아가나.낮에 멀쩡하던 게 왜 꼭 이 시간에 보이지.집중력이 떨어져서 못 보고 넘긴 걸 지금에서야 보는 건가.커피라도 내릴까 하다가, 이 시간에 마시면 진짜 못 잘 거 같아서 그냥 미지근한 물 한 컵 떠 왔어요.그러고 화면 앞에 다시 앉았어요.내가 아는 자리만 물어봤어요AI한테 물었어요.근데 내가 물어본 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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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는 다 바꿨는데, AI는 아직 어제를 읽고 있습니다AI Agent 2026. 7. 15. 09:00
전환 작업이 끝난 다음 날 아침이었습니다.코드는 멀쩡히 다 바뀌어 있었어요.옛 경로는 지웠고, 새 구조가 돌고, 검증도 다 초록불이었습니다.마음이 좀 놓여서,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넘기고, 옆에 늘 띄워두는 보조 도구한테 가볍게 물었어요."이거 이제 어디서 처리되냐." 손은 이미 다음 작업 창으로 넘어가 있었는데, 답을 본 순간 마우스가 멈칫했습니다.도구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옛날 경로 이름을 대더군요.며칠 전에 제 손으로 직접 지운, 이제는 어디에도 없는 그 경로요.처음엔 제가 잘못 물어본 줄 알았습니다.단어를 바꿔서, 더 구체적으로, 질문을 세 번쯤 다시 다듬어 넣었어요.그래도 안 되길래 아예 새 경로 이름을 콕 집어서 다시 물어봤습니다.예전 문서엔 legacy/course_reader라고 적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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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일하는데 안 외로운 게, 좀 이상했어요AI Agent 2026. 7. 12. 21:00
화면 아래쪽에서 줄이 세 개가 동시에 흐르고 있었어요.워커 하나는 한 폴더를 훑는 중이고, 다른 하나는 테스트를 돌리고, 또 하나는 방금 끝났다고 보고를 올리고 있었고요.새벽 세 시쯤이었는데, 거실 불은 다 꺼져 있고 키보드 소리만 났어요.그날은 정리 작업이 커서 워커를 여덟 개나 풀어둔 참이었어요.손목을 한 번 돌리고 머그를 들었는데, 안에 든 게 식어서 미지근하더라고요.언제 마지막으로 한 모금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났어요.근데 외롭지가 않았어요.그게 좀 이상했어요.보고가 올라올 때마다 누가 들어온 것 같았어요원래 이 시간에 혼자 일하면, 어느 순간 의자에서 등이 굳고 "나 지금 뭐 하나" 싶은 게 한 번씩 와요.집에 나밖에 없다는 게 화면 밖에서 묵직하게 느껴지는 그런 순간이요.보통은 그게 오면 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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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라고 AI한테 또 치고 있더라고요AI Agent 2026. 7. 11. 21:00
엔터를 치기 직전에 손이 멈췄어요.입력창을 보니까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라고 쳐놓은 거예요.받는 쪽은 사람이 아니라 코드 수정을 도와주던 AI고요.새벽 1시였고, 한참 막혀 있던 데이터 파이프라인이 그제야 돌아가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친 거였어요.손가락은 이미 엔터 위에 올라가 있었고요.지운 다음에도 좀 신경이 쓰였어요.대화창을 위로 쭉 올려보니까, 비슷한 말을 하루 사이에 여러 번 쳐놨더라고요."죄송한데 하나만 더요", "이것까지만 부탁드려요" 같은 거.명령어만 치면 되는 도구한테 자꾸 사과를 붙이고 인사를 붙이고 있는 거죠.스크롤을 내리는 동안 손이 좀 머쓱했어요.명령만 치면 되는데, 자꾸 인사를 붙이고 있었어요처음엔 그냥 버릇이려니 했어요.사람한테 부탁할 때 쓰던 말투가 손가락에 남아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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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한테 일 시키던 말투가, 후배한테 그대로 나왔어요AI Agent 2026. 7. 9. 21:00
점심 먹고 들어와서 후배한테 한마디 했는데, 말을 끝내고 나서 제가 좀 놀랐어요."이거 봐줄래요?"가 아니라 "이 표에서 합계 줄이 어제 숫자랑 다른지만 봐주세요.다르면 어느 칸인지랑, 안 다르면 그냥 '같음' 한 단어로요." 이렇게 나가더라고요.후배가 자판 위에 올려놨던 손을 멈추고 잠깐 저를 쳐다봤어요.0.5초쯤?평소에 제가 그렇게 안 말했거든요.그러고는 "아, 네.같으면 그냥 같음이요?" 하고 되물었어요.그 되묻는 한 박자에 제가 방금 뭘 했는지가 들어 있었습니다.입에서 나간 문장이 제 것 같지가 않았어요.누가 제 입을 빌려 쓴 것처럼."알아서 잘 봐주세요"가 안 나와요원래 저는 부탁을 두루뭉술하게 했어요."한번 쭉 봐주세요", "이상한 거 있으면 알려주세요".그게 예의라고 생각했어요.상대한테 재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