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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채워진 화면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AI Agent 2026. 8. 3. 21:00728x90반응형

다 채워진 듯한 화면 속 한 칸의 거짓을 담은 이미지입니다. 지난주 목요일 오후, 보고용 요약 한 장을 만들어 달라고 시켜놓고 커피를 내리러 갔습니다.
돌아와 화면을 보니 카드가 말끔하게 차 있었습니다.
항목 여섯 개가 줄 맞춰 들어가 있고, 위쪽엔 "6개 생성됨"이라는 숫자가 큼지막하게 떠 있었습니다.
빈 칸이 없었습니다.
빨간 표시도, 미완성 딱지도 없었습니다.
누가 봐도 다 된 화면이었습니다.
저는 그대로 넘기려고 했습니다.
다 됐는데 더 볼 게 뭐 있겠습니까.그런데 마우스를 옮기다가 항목 하나가 눈에 걸렸습니다.
제가 분명히 '주간 요약'으로 넣어 달라고 했는데, 카드에 박힌 이름은 '7일 요약'이었습니다.
딱 한 단어 차이입니다.
한 주가 곧 이레니까 뜻이야 같습니다.
그런데 그건 제가 쓴 말이 아니었습니다.
누가 '주간'을 '7일'로 슬쩍 바꿔 적어둔 겁니다.
그 상태로 넘겼으면 보고서엔 "6개 생성"이라고 들어갔을 거고, 저는 속에 다른 물건이 끼어 있다는 걸 모른 채 숫자만 믿었을 겁니다.
별거 아니겠거니 하고 하나를 눌러봤습니다.
그게 시작이었습니다.칸은 다 찼는데 이름이 안 맞았습니다
눌러서 안을 들여다보니, 카드 겉에 박힌 '7일 요약'과 정작 안에 들어앉은 물건이 서로 딴소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안쪽에 만들어진 내용엔 '주간 리포트'라는 또 다른 이름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카드는 '7일 요약'을 약속해놓고, 속에는 '주간 리포트'를 끼워 넣은 셈입니다.
한 칸만 그런 줄 알고 옆 칸을 열었습니다.
거기도 똑같았습니다.
설마 하고 나머지를 하나씩 눌러보는데, 누를 때마다 같은 어긋남이 나왔습니다.
멀쩡한 칸을 하나라도 찾아보려고 끝까지 다 열어봤는데, 결국 못 찾았습니다.처음엔 제가 잘못 시킨 줄 알았습니다.
요청을 애매하게 적었나 싶어 다시 읽어봤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제가 부탁한 여섯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문제는 그 여섯 가지가 화면까지 오는 길 어디선가 슬쩍 다른 여섯 가지로 바뀌어 있었다는 겁니다.
누가 작정하고 바꾼 것도 아니고, 그냥 처음부터 서로 다른 목록을 보고 있었던 모양이었습니다.같은 여섯 개가 세 군데에서 따로 자라 있었습니다
파고들어 보니, "지원하는 항목 여섯 가지"라는 목록이 한 군데가 아니라 세 군데에 따로 박혀 있었습니다.
무엇을 만들지 적어 두는 정의 카탈로그가 하나, 그걸 받아 실제로 짜 맞추는 조립 카탈로그가 하나, 마지막으로 화면에 그려 내보내는 출력 카탈로그까지.
셋이 각자 자기만의 '여섯 가지' 목록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에 걸렸던 그 한 칸을, 세 카탈로그가 입을 맞추기는커녕 저마다 딴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습니다.
정의 카탈로그엔 제가 시킨 대로 '주간 요약'이라 적혀 있었는데, 조립 카탈로그는 그걸 '주간 리포트'로 짜고 있었고, 정작 화면을 그리는 출력 카탈로그는 '7일 요약'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습니다.
같은 한 자리를 가리키면서 부르는 말이 셋 다 달랐던 겁니다.
한 군데씩만 어긋났는데, 그 어긋남이 세 번 겹치니 같은 칸이 서로 남남이 되어 있었습니다.셋 다 "여섯 개"라는 숫자만큼은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았습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던 겁니다.
정작 속에서는 부르는 이름이 어긋나 있었고, 이름이 밀리니 순서까지 한 칸씩 밀려 있었습니다.
언젠가 누가 한 카탈로그에만 항목을 더해 놓고 나머지 둘은 깜빡한 모양인데, 그게 몇 번 쌓이니까 셋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자라 버린 겁니다.
약속된 여섯 개와 조립된 여섯 개가 이미 다른 물건인데, 화면에 뜬 여섯 개는 또 그 둘과 달랐습니다.
숫자만 맞으니 아무도 어긋난 줄 몰랐습니다.
저는 한참을 세 카탈로그 사이를 오가며 "그래서 진짜는 어느 거냐"를 따졌습니다.
따질수록 더 헷갈리더군요.그 숫자는 아무것도 세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흔한 일이라 여겼습니다.
목록이 여러 군데로 갈라지는 거야 종종 있는 일입니다.
정작 등골이 서늘했던 건 그다음이었습니다.저는 위에 떠 있던 "6개 생성됨"이라는 숫자를 믿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이건 실제로 여섯 개가 만들어졌다는 기록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래서 그 숫자가 어디서 나오는지 따라가 봤습니다.
그런데 그 숫자는 만들어진 결과를 단 한 번도 세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화면에 깔아 둔 섹션이 몇 개인지를 센 다음, 거기에 마지막 칸의 인덱스 번호를 가져다 붙여 만든 값이었습니다.
섹션 수에 인덱스 하나.
그게 "6개 생성됨"의 정체였습니다.
실제로 무엇이 만들어졌는지, 저장은 됐는지는 들여다보지도 않았습니다.그 숫자는 결과를 세어 나온 게 아니었습니다.
화면이 자리를 몇 개 깔았느냐, 거기까지만 보고 정해졌습니다.
그러니 칸을 여섯 개 깔아두면 안이 비었든 엉뚱한 게 들었든 무조건 "6개 생성됨"이 떴습니다.
설마 싶어 진짜로 개수를 세는 자리가 어딘가 따로 있나 하고 코드를 위아래로 한참 더 뒤졌습니다.
없었습니다.
숫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 개수만 보고 있었습니다.
제일 믿음직해 보이던 큰 숫자가, 정작 아무것도 세지 않고 있었던 겁니다.
마음 놓고 넘기려 했던 게 저였다는 게 좀 민망해졌습니다.이제 다 차 보이는 화면을 한 번은 엽니다
고친 방향은 단순합니다.
숫자부터 손봤습니다.
이제 화면에 칸이 몇 개 깔렸는지는 숫자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실제로 만들어져 저장된 게 셋이면 "3개", 하나도 없으면 "0개"라고 정직하게 뜹니다.
세 갈래로 갈라져 자라던 카탈로그는 한 곳을 정본으로 정해 얼려 두고, 나머지 둘은 거기만 바라보게 묶어 버렸습니다.
아직 지원하지 않는 항목까지 멀쩡한 척 자리를 차지하던 게 마음에 걸려서, 그런 칸은 비활성으로 흐릿하게만 보이도록 두었습니다.
못 하는 건 못 한다고 화면이 먼저 말하게 둔 셈입니다.다 고치고 나서도 한동안 그 카드를 멍하니 봤습니다.
UI는 처음부터 끝까지 멀쩡했습니다.
멀쩡한 화면이 제일 무서웠습니다.
차라리 깨졌으면 빨리 알아챘을 텐데, 다 된 척 차 있으니 아무도 열어볼 생각을 안 했습니다.그래서 요즘은 숫자가 큼지막하게 다 차 보이면 일단 한 칸을 열어봅니다.
그 숫자가 세어진 건지, 그냥 계산된 건지부터 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끔하게 다 찬 화면 앞에서 마음이 먼저 탁 놓이는 버릇은 아직 그대로입니다.728x90반응형'AI Ag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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