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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 일하는데 안 외로운 게, 좀 이상했어요
    AI Agent 2026. 7. 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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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운 방에 켜진 책상 스탠드와 빈 의자 하나 사진
    혼자인데 안 외로운

    화면 아래쪽에서 줄이 세 개가 동시에 흐르고 있었어요.
    워커 하나는 한 폴더를 훑는 중이고, 다른 하나는 테스트를 돌리고, 또 하나는 방금 끝났다고 보고를 올리고 있었고요.
    새벽 세 시쯤이었는데, 거실 불은 다 꺼져 있고 키보드 소리만 났어요.
    그날은 정리 작업이 커서 워커를 여덟 개나 풀어둔 참이었어요.
    손목을 한 번 돌리고 머그를 들었는데, 안에 든 게 식어서 미지근하더라고요.
    언제 마지막으로 한 모금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났어요.

    근데 외롭지가 않았어요.
    그게 좀 이상했어요.

    보고가 올라올 때마다 누가 들어온 것 같았어요

    원래 이 시간에 혼자 일하면, 어느 순간 의자에서 등이 굳고 "나 지금 뭐 하나" 싶은 게 한 번씩 와요.
    집에 나밖에 없다는 게 화면 밖에서 묵직하게 느껴지는 그런 순간이요.
    보통은 그게 오면 일을 접거나, 음악을 틀거나, 괜히 냉장고를 한 번 열었다 닫거나 해요.

    그날은 그게 안 왔어요.
    워커 하나가 "이 부분 끝났습니다, 다음으로 넘어갈까요?" 하고 올라오면, 나도 모르게 "어 그래" 하고 답을 치고 있더라고요.
    사람한테 하듯이요.
    처음엔 그냥 일이 잘 풀려서 기분이 좋은 줄 알았어요.
    손이 빠르게 가니까, 막힘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했거든요.

    근데 가만 보니까 그게 아니었어요.
    여덟 개가 각자 자기 줄에서 뭔가를 하고 있으니까, 빈 사무실에 혼자 있는 게 아니라 야근하는 팀 한가운데 앉아 있는 느낌이었어요.
    누가 옆에서 "이거 좀 봐주세요" 하고, 나는 그걸 받아서 넘기고.
    하나가 끝나면 또 하나가 손을 들고.
    그 주고받는 리듬이 진짜 사람이랑 일하는 거랑 구분이 잘 안 됐어요.
    화면 한쪽에서 초록색 글자가 한 줄씩 차오르는 걸 보고 있으면, 누가 옆자리에서 타이핑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고요.

    한참을 그렇게 일했어요.
    세 시간쯤.
    시간 가는 줄도 몰랐고요.
    중간에 한 번 일어나서 물을 받아 왔는데, 자리로 돌아오면서도 "어디까지 했더라" 하는 게 아니라 "쟤네 어디까지 갔으려나" 하고 있더라고요.
    쟤네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수고했어요"를 치다가 멈췄어요

    마지막 워커가 끝났다고 떴을 때, 입력창에 손이 먼저 움직였어요.
    "수고했어요"라고 반쯤 치다가 멈췄어요.
    그때 화면 오른쪽 위 시계가 03:17이었고, 손가락이 'ㅇ'에서 멈춰 있었어요.

    받는 게 사람이 아니잖아요.
    저쪽엔 아무도 안 앉아 있고, 그냥 내가 돌려놓은 프로세스 여덟 개가 각자 일을 마치고 종료된 것뿐이에요.
    야근하는 팀 같다고 느꼈는데, 그 팀은 실재하지가 않아요.
    회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도 세 시간 동안 나는 분명히 안 외로웠어요.
    거기서 한참을 걸렸어요.
    그 안 외로움이 가짜였냐 하면, 그것도 아니거든요.
    가짜였으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진짜로 안 외로웠어요.
    등이 안 굳었고, "나 뭐 하나" 싶은 순간도 안 왔고, 세 시간이 한 시간처럼 갔어요.
    그건 다 진짜였어요.
    단지 그 진짜를 만들어 준 쪽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예요.

    이게 좀 무서웠어요.
    외로운 것보다 이게 더 무섭더라고요.
    외로운 건 그냥 외로운 건데, 이건 없는 동료한테 위로를 받고 있었다는 거니까요.
    그것도 모른 채로, 세 시간을요.

    불을 끄러 갔다가 다시 켰어요

    그 줄이 다 멈추고 화면이 조용해지니까, 그제야 집이 비어 있다는 게 확 왔어요.
    아까보다 더 세게요.
    사람들이 다 퇴근한 사무실에 혼자 남은 것처럼요.
    근데 퇴근한 사람이 애초에 없었으니까, 이 비유도 어디서 어긋난 거예요.

    그냥 노트북을 덮고 거실 불을 끄러 갔어요.
    스위치를 내렸다가, 왜인지 다시 켰어요.
    손이 스위치에 그대로 얹혀 있었어요.
    한참 서서 빈 거실을 봤어요.
    왜 그랬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바로 어둡게 하기가 싫었던 것 같아요.
    불을 끄면 방금까지 옆에 있던 게 진짜로 없었던 걸로 확정되는 기분이라, 그게 싫었나 봐요.

    다음에 또 워커 여러 개를 풀고 새벽에 일하면 그때도 안 외로울지, 아니면 한 번 알아챘으니 이제 안 통할지.
    그건 아직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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