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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맞았겠지로 넘기지 않은 4번의 왕복
    AI Agent 2026. 8.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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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상에 펼친 손글씨 메모 넉 장과 연필로 옅게 표시한 칸, 노트북 사진
    불확실한 칸만 펼쳐 표시해 두는 검수 장면을 담은 이미지입니다.

    손으로 적은 회의 메모 넉 장을 스캔해서 AI한테 넘겼어요.
    표로 좀 옮겨 달라고요.
    한 십 초쯤 지났나, 깔끔한 표가 돌아왔어요.
    줄도 안 틀어지고, 칸도 빈 데 없이 꽉 찬 표였어요.
    넉 장이면 손글씨가 빽빽한데 그걸 순식간에 표로 떠 주니, 솔직히 좀 고맙기도 했어요.
    눈으로 쭉 훑으니 거의 다 맞았더라고요.
    95% 정도는요.
    이게 좀 위험한 순간이에요.
    표가 깔끔하면 다 맞은 것처럼 보이거든요.
    예전 같았으면 여기서 그냥 "오케이" 하고 다음 일로 넘어갔을 거예요.
    근데 그날따라 그 95%가 더 걸렸어요.
    믿을지 말지를 제가 다시 정해야 했거든요.
    표 전체를 다시 읽자는 얘기가 아니었어요.
    AI가 자신 없어 한 칸만 남겨준다면, 사람은 그 칸만 보면 되는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95%가 맞았다는 게 더 무서웠어요

    95%가 맞았다는 건, 어딘가 몇 칸은 틀렸다는 소리잖아요.
    넉 장이면 칸이 꽤 많은데, 그중 몇 칸이 어디서 틀렸는지는 표만 봐선 안 보여요.
    더 께름칙한 건, AI가 틀린 칸을 틀렸다고 말 안 했다는 거예요.
    틀린 칸도 맞은 칸이랑 똑같이 멀쩡한 글씨로, 자신 있게 적어 놨거든요.
    생긴 게 둘이 똑같았어요.

    그러니까 "맞았겠지" 하고 넘기면, 그 5%는 조용히 다음 단계로 같이 따라가요.
    표를 다시 정리하고, 그걸 또 어디에 붙이고…
    한참 가서야 누가 "어, 이 숫자 이상한데?" 해요.
    그때 거슬러 올라와서 고치는 건, 처음에 잡는 거랑 비교가 안 되게 비싸요.

    예전에 딱 한 번, 깔끔해 보이는 결과를 그냥 믿고 넘긴 적이 있어요.
    한참 뒤에 맨 처음 한 칸이 어긋나 있던 걸 발견했는데, 그 위에 쌓아 올린 걸 거의 다시 만져야 했어요.
    그날 반나절이 통째로 날아갔거든요.
    그 기억이 손끝에 남아 있었어요.

    답 옆에, 얼마나 확신하는지를 같이

    그래서 표를 바로 쓰지 않고, 한 단계를 더 끼웠어요.
    AI가 읽은 글자랑 원본 손글씨를 칸 단위로 나란히 붙였어요.
    왼쪽엔 원본 이미지 조각, 오른쪽엔 AI가 읽은 글자.
    그리고 칸마다 "이거 얼마나 확신하냐"를 0에서 1 사이 숫자로 같이 달게 했어요.
    1에 가까우면 자신 있다는 거고, 0에 가까우면 영 모르겠다는 뜻으로요.
    그냥 답만 받지 말고, 답이랑 그 답에 대한 자신감을 한 줄에 같이 달라고 한 거예요.
    0.9를 넘긴 칸은 옅게, 0.5 아래로 떨어진 칸은 눈에 띄게.

    번거롭죠.
    멀쩡한 칸까지 다 펼쳐 놓는 거니까.
    처음엔 손이 좀 근질거렸어요.
    다 맞아 보이는데 굳이 이걸 또 펼쳐야 하나 싶어서요.
    (이러면서도 '그냥 내가 눈으로 다 대조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긴 했어요.)
    근데 막상 펼쳐 놓으니까, 그제야 "어디를 봐야 하는지"가 보였어요.
    화면이 한 줄로 정리되니까, 시선이 갈 데가 딱 정해지더라고요.

    확신 0.42짜리 칸을 열어 봤더니

    자신감 숫자가 0.5 아래로 떨어진 칸이 딱 네 개였어요.
    0.93, 0.91 이렇게 1에 바짝 붙은 칸들 사이에서, 0.42랑 0.38 같은 숫자만 혼자 푹 꺼져 있었어요.
    열어 보니 다 흘려 쓴 글씨였어요.
    획이 뭉개지고 끝이 흐려진, 나조차 두 번 봐야 하는 칸들.
    재밌는 건, AI가 그 칸에 적어 놓은 글자 자체는 멀쩡했다는 거예요.
    또박또박한 글자 하나가 칸에 얌전히 들어가 있고, 그 옆 0.42만 혼자 옅게 떨어져 있었어요.
    빈칸으로 두기는 싫고 확신은 안 서니까, 그럴듯한 글자로 일단 메운 거죠.

    첫 칸부터 원본 이미지 조각을 화면에서 키워 봤어요.
    AI는 거기다 "검도"라고 적어 놨더라고요.
    근데 원본 획을 키워 보니 "검토"였어요.
    ㅌ 받침 가운데 획이 흐려져서 ㄷ처럼 뭉개진, 딱 그런 손글씨였거든요.
    회의 메모에 "검도하기로"라고 적혀 있었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건데, 표만 봤을 땐 그 어색함이 안 보였어요.
    두 번째 칸은 글자만 봐선 안 갈려서, 앞 칸이랑 뒤 칸을 같이 놓고 "아 이 맥락이면 이거구나" 했고요.
    세 번째 칸도 비슷하게 원본 한 번 보고 고치고, 확인하느라 한 번 더 봤어요.

    근데 네 번째 칸이 좀 의외였어요.
    0.38이라 당연히 틀렸겠거니 하고 원본을 키웠는데, AI가 적어 놓은 글자가 맞았더라고요.
    글씨가 하도 흘려 써져서 AI가 자신이 없었던 거지, 읽기는 제대로 읽은 거였어요.
    확신이 낮다고 다 틀린 건 아니구나, 그 칸 앞에서 좀 머쓱했어요.
    결국 고친 건 세 칸, 멀쩡한 걸 괜히 한 번 더 들여다본 게 한 칸이었어요.

    자신 없는 칸을 일부러 펼쳐서 "여기 자신 없어요"를 드러냈더니, 사람은 정확히 그 네 칸만 봤어요.
    멀쩡하다고 표시된 나머지 칸은 손도 안 댔고요.
    그 네 칸을 원본이랑 번갈아 보면서 손으로 네 번 왕복했어요.
    세 칸은 고치고, 한 칸은 그냥 뒀어요.
    고치고 나니, 옅게 깔려 있던 0.42랑 0.38 자리엔 더 들여다볼 게 없었어요.
    펼쳐 뒀던 확신 칸을 도로 접고, 표만 복사해서 다음 작업 창에 붙였어요.
    그 다음 창에서는 그 표가 그냥 평범한 표처럼 보였어요.
    빨간 표시도, 확신 숫자도, 원본 조각도 없었고요.
    대신 제가 손으로 세 칸을 고쳤다는 흔적만 제 머릿속에 남아 있었어요.

    그래도 이 네 번이 제일 쌌어요

    겉으로 보면 비효율이에요.
    AI가 다 해주는 줄 알았는데 결국 사람이 네 번이나 손을 댔으니까요.
    처음 표를 받았을 때 들었던 "오, 다 됐네" 하는 기분에 비하면, 좀 김 빠지는 일이기도 하고요.
    근데 그 네 번은 표 한 장 안에서 끝나는 왕복이었어요.
    틀린 칸이 표를 떠나 다음 단계, 그다음 단계까지 따라갔다면, 되돌리는 데 네 번으론 어림도 없었을 거예요.
    예전에 반나절 날렸던 그 일도, 따지고 보면 처음 한 칸을 안 펼쳐 본 값이었거든요.
    그때는 어디가 틀렸는지조차 몰랐으니까, 표 전체를 의심하면서 다시 봐야 했고요.

    표를 다 고치고 나서, 의자에 등을 기대는데 좀 이상하게 안심이 됐어요.
    대단한 걸 한 것도 아닌데, 적어도 오늘 건 뒤탈이 없겠다는 감각이요.
    AI랑 일하면서 "이건 좀 잘됐다" 싶은 날이 솔직히 드문데, 그날이 그랬어요.
    오늘 건 AI가 자신 없는 칸을 솔직하게 옅은 표시로 남겨 준 덕이 컸고요.
    (이게 똑똑한 거랑은 좀 다른 결이라, 나도 매번 헷갈려요.)

    그래도 다음에 또 바쁘면, 그 95% 표를 그냥 "오케이" 하고 넘겨 버릴 것 같아서, 그게 좀 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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