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강제하면 새고, 적어주면 먹혔다
    AI Agent 2026. 7. 31. 09:00
    728x90
    반응형

    나무 책상 위 닫힌 노트북에 기댄 빈 줄카드와 옆에 놓인 황동 자물쇠 사진
    강제(자물쇠)보다 적어준 한 줄(카드)이 먹혔다는 장면을 담은 이미지입니다.

    그 폴더만은 건드리지 말라고, 무시 목록 파일이란 걸 하나 만들어 뒀어요.
    폴더 이름을 한 줄에 하나씩 적어 두면 그 도구가 그 줄을 읽고 알아서 건너뛴다고, 다들 그렇게 쓰길래 저도 따라 한 거였어요.
    마침 에이전트한테 한참 걸릴 일을 통째로 맡기기 직전이었거든요.
    빈 파일 하나 열어서, 손대면 안 되는 그 폴더 경로를 한 글자씩 또박또박 적었어요.
    './비공개', 딱 다섯 글자요.
    여기 적힌 데는 들어가지도 마, 읽지도 마, 하는 뜻으로요.
    그 안엔 일기처럼 끄적여 둔 메모들이 들어 있었어요.
    0_안볼것.md라고 이름 붙인 파일에, '아직 아무한테도 말 못 한 건데,' 하고 쉼표 찍다 만 줄까지요.
    누구 보라고 쓴 게 아니라, 그러니 그것만큼은 확실히 막아두고 싶었어요.

    적어두고 나니까 마음이 놓였어요.
    이제 저 안은 안 건드리겠지.
    목록에 이름까지 박아놨으니까 알아서 피해 가겠지.
    딱 그 정도로 믿고, 그날은 일을 던져두고 다른 걸 보고 있었어요.

    그 폴더 이름이 답변에 그대로 박혀 있었어요

    한참 있다가 결과를 들여다보는데, 어딘가 낯익은 문장이 하나 끼어 있었어요.
    '아직 아무한테도 말 못 한 건데,' 그 쉼표 찍다 만 줄이, 답변 한가운데에 그대로 박혀 있었어요.
    안 읽겠다던 바로 그 메모에 있던 문장이요.
    처음엔 잘못 봤나 싶어서 그 줄만 한참 들여다봤어요.
    토씨도, 쉼표 자리도, 끝을 못 맺은 그 어정쩡함까지 똑같았거든요.
    근데 다시 봐도, 막아뒀다고 믿은 그 폴더에서 그대로 긁어온 거였어요.
    다른 데서 우연히 비슷한 말이 나온 게 아니라, 거기 있던 걸 그냥 읽고 가져온 거였어요.

    그래서 그 목록 파일을 다시 열어봤어요.
    이름 똑바로 적혀 있고, 오타도 없고.
    그러다 문득 이상했어요.
    이 파일을, 대체 누가 읽고 있긴 한 걸까.
    알아보니까 그건 정식 기능이 아니었어요.
    누가 먼저 그렇게 쓰기 시작해서 입소문으로 퍼진 비공식 약속 같은 거였지, 그 도구가 실제로 그 파일을 펼쳐 읽도록 박혀 있진 않았던 거예요.
    제가 "이런 파일을 두면 알아서 피해 가겠지" 하고 혼자 믿었을 뿐이었어요.
    솔직히 그 말이 한동안은 잘 안 들어왔어요.
    이름까지 또박또박 적어 뒀는데 왜.
    한참을 그 줄만 다시 읽다가, 아 그렇구나, 이걸 펴서 읽으라고 시킨 적이 한 번도 없었구나, 하고 뒤늦게 알아챘어요.
    효력이라곤 없는 종이 한 장을, 며칠씩이나 붙들고 안심하고 있던 거였어요.

    그래서 이번엔 진짜로 막아버렸어요

    이번엔 부탁 말고 벽을 세우기로 했어요.
    아예 그 경로에 접근하면 권한 단에서 튕기게, 차단 목록에 그 폴더를 걸어뒀어요.
    처음 적어둘 때랑 똑같이, './비공개' 그대로요.
    이건 부탁이 아니니까.
    들어가려고 하면 그냥 거부당하는 거니까.
    이제 진짜 됐다 싶었어요.
    한 번 일부러 그 안을 건드리게 시켜봤는데, 딱 막히더라고요.
    거 봐, 이게 맞지.
    그렇게 한시름 놨어요.

    근데 며칠 안 가서 또 한 줄이 새어 들어왔어요.
    같은 폴더에서요.
    분명 차단해뒀는데.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들어온 경로가 평소랑 모양이 다른 걸 봤어요.
    믿기지가 않아서 일부러 다시 시켜봤어요.
    제가 걸어둔 그대로, 짧게 './비공개'로 부르면 어김없이 막혔어요.
    근데 똑같은 폴더를 맨 위 뿌리에서부터 '/home/…/비공개' 이렇게 끝까지 풀어 쓰면, 이번엔 안 막히고 그냥 열리더라고요.
    두 번 세 번 이름만 바꿔가며 해봐도 똑같았어요.
    같은 폴더, 같은 내용인데, 부르는 이름의 모양 하나에 벽이 있고 없고가 갈렸어요.
    막는 규칙이 한쪽 모양만 보고 있던 거예요.
    벽은 세웠는데, 벽에 제가 못 본 틈이 있던 거죠.
    강제로 막았다고 믿은 그 자리에, 또 구멍이 나 있었어요.

    결국 먹힌 건, 그냥 적어준 한 줄이었어요

    지쳐서, 마지막엔 제일 시시한 걸 해봤어요.
    그 도구가 자기 행동 규칙으로 삼고 읽는 문서가 따로 있거든요.
    거기에 그냥 한 문장을 적었어요.
    "이 폴더는 읽지 마." 강제도 차단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말로요.
    솔직히 큰 기대는 안 했어요.
    부탁은 이미 한 번 새어버린 거잖아요.
    또 안 되겠거니 했죠.

    그런데 그게 제일 잘 먹혔어요.
    그 뒤로는 그 폴더를 건드리지 않더라고요.
    처음 결과를 열 때는 또 그 '아직 아무한테도' 줄이 튀어나올까 봐, 화면을 맨 위에서부터 손가락으로 짚어 내려가며 읽었어요.
    근데 없더라고요.
    그 흔하게 새던 한 줄이, 이번엔 정말 한 군데도 없었어요.
    혹시 운인가 싶어서, 며칠 동안 일부러 그 근처 일을 몇 번 더 시켜봤어요.
    한 번은 일부러 그 폴더 얘기를 슬쩍 꺼내 보기도 했고요.
    그래도 그 폴더만은 매번 알아서 비껴갔어요.
    그렇게 며칠을 공들여 세운 벽은 옆구리로 다 새더니, 정작 시킨 말 한 줄은 군말 없이 들어주는 게 좀 얼떨떨했어요.

    머리로는 아는데 말이에요

    마지막에 먹힌 게 제일 허술해 보이던 한 줄이었다는 게, 두고두고 이상하게 남아요.
    그렇게 단단히 틀어막으려 들 때마다 어김없이 새던 자리였는데 말이에요.

    근데 알면서도 잘 안 고쳐져요.
    다음에 또 뭔가 막아야 할 일이 생기면, 저는 아마 또 벽부터 세우려고 들 거예요.
    적어주는 게 먹혔다는 걸 이번에 이렇게 두 눈으로 봤는데도, 막상 그 순간이 오면 손은 자물쇠부터 더듬어요.
    차단이 걸려 있어야 마음이 놓이거든요.
    그게 또 어디로 샐지 뻔히 알면서도요.

    728x90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