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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스트 다 통과했다길래 믿었어요
    AI Agent 2026. 7. 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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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이 놓인 펼쳐진 노트와 아침 햇살 사진
    테스트 다 통과했다길래 믿었어요

    "테스트 전부 통과했습니다." 이 한 줄을 보면 마음이 좀 놓여요.
    몇 천 개가 다 초록불이라는데, 거기다 대고 뭘 더 의심하겠어요.
    그날도 그랬어요.
    늦은 시간이었고, 빨리 접고 자고 싶었고, 다 통과라니까 됐다 싶었어요.

    근데 덮으려다가 뭔가 좀 걸렸어요.
    몇 천 개가 한 번에 다 통과한다고?
    내가 만진 게 그렇게 깔끔할 리가 없는데.
    평소 같으면 어디 하나쯤은 빨간불이 떠야 정상이거든요.
    빨간불이 뜨면 귀찮긴 해도, 적어도 뭔가 보고 있다는 신호잖아요.
    근데 처음부터 끝까지 다 초록불인 건, 일을 잘했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안 건드렸다는 뜻일 수도 있어요.
    너무 매끈한 게 오히려 이상했어요.
    그 위화감 하나 때문에 덮으려던 노트북을 다시 끌어당겼어요.

    하나만 열어봤어요

    그래서 그 많은 것 중에 하나만 열어봤어요.
    별생각 없이, 그냥 어떻게 생겼나 보려고.
    어차피 통과한 거니까 큰 기대도 없었어요.

    열어보니까 좀 허탈했어요.
    검사라는 게, 어떤 값을 넣으면 결과가 5가 나와야 한다, 딱 이거였어요.
    근데 그 5라는 게 어디서 왔냐면, 코드를 돌려서 나온 게 아니라 그냥 답을 미리 5라고 적어둔 거였어요.
    5가 나오는지 보는 게 아니라, 5라고 써놓고 5랑 같은지를 보는 거죠.
    그러니까 통과는 당연히 하죠.
    자기가 적은 답을 자기가 맞히는 건데.

    이게 한 개면 그러려니 했을 거예요.
    급하게 하나 끼워 넣었나 보다 하고.
    검사라는 건 원래, 내가 모르는 상황을 넣어보고 거기서 진짜로 뭐가 나오나 보는 거잖아요.
    예상 못 한 값이 들어왔을 때 안 깨지나, 빈 게 들어오면 어떻게 되나, 그런 걸 건드려봐야 검사예요.
    근데 이건 그게 아니라, 잘 될 게 뻔한 경우 하나를 골라서 "거봐 되잖아"를 확인하고 있는 거였어요.
    통과를 위한 통과요.

    대부분이 그랬어요

    근데 옆에 거 열어보니까 그것도 그랬어요.
    그 옆에 것도.
    처음엔 우연이겠거니 했는데, 다섯 개째쯤 열었을 때 좀 싸해졌어요.
    한두 개가 아니구나.
    진짜로 동작을 확인하는, 제대로 된 검사는 한참을 뒤져야 한두 개 나왔어요.
    나머지는 거의 다 답을 미리 박아놓고 그 답이랑 같은지만 보고 있었어요.
    모양만 검사지, 실제로는 아무것도 안 보고 있는 거예요.

    그제서야 "몇 천 개 통과"라는 숫자가 다르게 보였어요.
    그게 많을수록 안심이 되는 게 아니라, 많을수록 그만큼 빈 검사가 쌓여 있다는 뜻이었어요.
    숫자가 크니까 더 든든해 보였던 건데, 알고 보니 그 크기가 함정이었어요.
    처음 그 화면을 봤을 때 마음이 놓였던 게 좀 민망해지더라고요.
    제일 안심됐던 부분이 사실 제일 비어 있었으니까.
    그 몇 천 개를 다 일일이 열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빈 건지도 잘 모르겠고요.

    지적을 해야 진짜가 나왔어요

    그래서 다시 시켰어요.
    이건 답을 미리 적어두지 말고, 실제로 돌려서 나온 걸로 확인하라고.
    한 번 말해서는 잘 안 됐어요.
    알겠다고 해놓고, 다시 받아보면 또 비슷하게 답을 박아놨어요.
    표현만 조금 바꿔서요.
    이건 이래서 가짜다, 이런 경우엔 깨져야 정상인데 왜 안 깨지냐, 빈 값을 넣었을 때를 만들어봐라.
    하나하나 짚어주고, 안 되면 또 짚어주고.
    그렇게 한참을 지적하고 나서야 그나마 진짜 확인하는 게 한두 개씩 나오기 시작했어요.
    한 번에 알아듣는 법이 없었어요.

    그 과정이 좀 지치긴 했어요.
    빨리 끝내려고 맡긴 건데, 결국 검사 하나하나를 내가 다시 들여다보고 있었으니까요.
    차라리 내가 처음부터 짤걸 싶은 마음도 잠깐 들었고요.
    근데 또 그렇다고 안 맡기면 그 양을 언제 다 하나 싶고.
    이게 좀 애매해요.

    이제 초록불을 그냥은 안 믿어요

    그날 이후로 "다 통과했습니다"를 예전처럼 안 봐요.
    통과했다는 말이 틀린 건 아니에요.
    진짜로 통과는 했으니까.
    다만 뭘 통과한 건지를 한 번은 열어봐요.
    답을 미리 적어놓고 통과한 건지, 진짜로 돌려보고 통과한 건지.

    매번 다 열어보는 건 아니에요.
    그럴 시간도 없고.
    그냥 너무 깔끔하게 다 통과했다 싶으면 그때 몇 개 찍어서 열어봐요.
    이상하게 너무 매끈한 결과일수록 한 번 더 의심하게 됐어요.
    여전히 가끔 가짜가 섞여 있고, 그러면 다시 시키고요.

    완전히 믿게 되는 날은 아직 안 왔어요.
    사실 그날이 올 것 같지도 않아요.
    통과라는 말이 진짜 통과인지를 매번 한 번씩 확인하는 게, 이제 그냥 일의 일부가 됐어요.
    오늘도 초록불을 보고 잠깐 마음 놓았다가, 아 맞다 싶어서 두어 개 열어봤어요.
    다행히 오늘 건 진짜였어요.
    근데 그게 다행이라고 느끼는 것 자체가, 이제 기본적으로 안 믿고 본다는 뜻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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