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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드는 다 바꿨는데, AI는 아직 어제를 읽고 있습니다
    AI Agent 2026. 7.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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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밤 책상 위 식은 커피와 닫힌 노트북 사진
    코드는 다 바꿨는데, AI는 아직 어제를 읽고 있습니다

    전환 작업이 끝난 다음 날 아침이었습니다.
    코드는 멀쩡히 다 바뀌어 있었어요.
    옛 경로는 지웠고, 새 구조가 돌고, 검증도 다 초록불이었습니다.
    마음이 좀 놓여서,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넘기고, 옆에 늘 띄워두는 보조 도구한테 가볍게 물었어요.
    "이거 이제 어디서 처리되냐." 손은 이미 다음 작업 창으로 넘어가 있었는데, 답을 본 순간 마우스가 멈칫했습니다.
    도구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옛날 경로 이름을 대더군요.
    며칠 전에 제 손으로 직접 지운, 이제는 어디에도 없는 그 경로요.

    처음엔 제가 잘못 물어본 줄 알았습니다.
    단어를 바꿔서, 더 구체적으로, 질문을 세 번쯤 다시 다듬어 넣었어요.
    그래도 안 되길래 아예 새 경로 이름을 콕 집어서 다시 물어봤습니다.
    예전 문서엔 legacy/course_reader라고 적혀 있었고, 새 구조에선 learning/content_router로 옮겨둔 상태였어요.
    그랬더니 이번엔 그런 건 모른다는 식으로 옛 구조 쪽으로 슬쩍 돌아가더군요.
    매번 똑같았어요.
    그제야 알았습니다.
    코드만 갈아엎었지, 이 도구가 읽는 자료는 아무도 안 갈아엎었다는 걸.

    코드는 새것, 자료는 옛것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보조 도구는 코드를 직접 보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그동안 쌓아둔 문서 더미를 미리 한 번 다 읽어서, 한쪽에 검색용 인덱스로 정리해둡니다.
    그러다 질문이 오면 코드를 새로 보는 게 아니라 그 인덱스에서 비슷한 조각을 꺼내 답을 짜요.
    빠른 대신, 자료가 멈춘 시점에 같이 멈춰 있는 거죠.

    그 자료 더미가 지금 4만 쪽이 넘습니다.
    조각으로 쪼개면 17만 개.
    코드는 어제 바뀌었는데, 도구가 읽는 세계는 그 4만 쪽 어딘가에 옛 구조 그대로 박혀 있었던 겁니다.
    한 군데가 아니라 수천 군데에 흩어진 채로요.

    같이 늙는 게 코드 옆 문서만은 아니었습니다.
    안내 문서, 데이터 약속을 적어둔 메모, 문제 생겼을 때 펼치는 정리 노트까지 — 전환 한 번에 죄다 한꺼번에 낡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은 빨간 줄이 안 떠요.
    코드는 틀리면 화면에 빨간 줄이 떠서 고치게 되는데, 문서는 틀려도 조용합니다.
    누가 일부러 열어보기 전까지 옛것 그대로 얌전히 있어요.
    그 낡은 문서들을 도구가 통째로 먼저 읽어다 인덱스에 넣어둔 겁니다.

    모른다고 안 하는 게 제일 무섭다

    여기서 제가 진짜 등골이 서늘했던 부분은, 도구가 "모르겠다"고 안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차라리 모른다고 하면 다행이에요.
    그게 아니라 옛 구조 기준으로 또렷하게, 자신 있게 답을 내놓습니다.
    어제 사라진 경로를 마치 지금도 살아 있는 것처럼, 문장 하나 흔들림 없이요.

    옆자리에서 누가 그걸 그대로 믿고 일을 진행하면 어떻게 될까요.
    코드를 직접 안 열어본 사람은 그 답이 며칠 전 세계라는 걸 알아챌 방법이 없습니다.
    틀린 줄도 모르고 깔끔하게 잘못된 답.
    빈 화면보다 이게 훨씬 위험하더라고요.
    빈 화면은 의심이라도 하지, 매끄러운 오답은 그냥 믿어버리니까요.

    그리고 파고들다 더 황당한 걸 발견했습니다.
    제 손에 들고 명령을 치는 도구는 최신 버전인데, AI가 실제로 붙어서 쓰는 통로는 한참 옛날 버전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이름은 똑같은 도구인데 둘이 서로 다른 버전이었던 겁니다.
    그러니 제가 새 도구로 아무리 다시 읽혀도, AI 쪽에서는 그 작업이 닿지도 않는 옛 통로를 붙들고 있던 거예요.
    저는 새 도구로 확인하고 "됐네" 하고 넘어갔는데, AI는 바로 그 시간에 옛 도구로 옛 자료를 읽고 있었던 거죠.
    자료만 옛것인 줄 알았더니, 자료를 읽는 손까지 옛것이었습니다.
    한 겹 벗기니 그 밑에 또 한 겹, 두 겹으로 어긋나 있던 셈이에요.

    다시 읽히게는 했는데, 끝까진 못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도구 버전부터 양쪽을 맞추고, 이번에 바뀐 문서들을 자료 더미에 다시 읽혔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그냥 전부 다시 읽어"를 한 방에 돌리고 싶었어요.
    제일 깔끔하잖아요.
    그런데 실행 전에 미리 돌려보니, 1만 9천 개 가까운 파일을 통째로 다시 집어삼키겠다고 나오더군요.
    그건 너무 컸습니다.
    멀쩡한 것까지 다 갈아엎으면서 새 문제를 만들 게 뻔했어요.

    그래서 욕심을 접고, 이번에 손댄 문서만 골라서 다시 읽혔습니다.
    검색해보니 새 정책 문서가 결과 위쪽에 제대로 뜨더군요.
    딱 거기까지는 됐어요.

    문제는 나머지입니다.
    전부 다시 훑긴 훑었는데, 끝나고 세어보니 아직 1만 3천 쪽 넘게 옛 상태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건강 점수는 10점 만점에 6점.
    아무도 안 가리키는, 둥둥 떠다니는 문서가 2만 6천 쪽이나 됐고요.
    그걸 한 번에 다 손볼 방법이 없어서, 남은 건 "별도 작업"이라고 적어두고 일단 덮었습니다.
    다 고쳤다고는 도저히 못 쓰겠더라고요.

    오늘 아침에도 한 번 더 열어봤습니다

    오늘 아침에 같은 도구한테 같은 질문을 다시 던져봤습니다.
    이번엔 새 경로를 답하더군요.
    잠깐 안심했는데, 곧바로 한 가지가 걸렸어요.
    그 답이 진짜 최신인지, 아니면 또 아직 안 고쳐진 1만 3천 쪽 중 하나를 우연히 본 건지 — 답만 봐서는 구별이 안 되더라고요.
    결국 코드를 직접 한 번 더 열어보고서야 겨우 마음이 놓였습니다.
    도구한테 물어놓고도, 그 도구 말을 못 믿어서 사람 손으로 다시 확인하고 있더라고요.
    내일 아침에도 또 이러고 있을 것 같아서, 화면을 한참 더 들여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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