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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 됐어요"가 입에서 안 떨어져서, 자꾸 토를 달았어요
    AI Agent 2026. 7. 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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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한 칸만 비어 있는 체크리스트와 펜 사진
    '다 됐어요'가 안 나와서

    "그거 다 됐죠?" 옆에서 누가 물었어요.
    제가 화면 정리하던 거요.
    마우스로 마지막 칸 하나를 맞추고, 이제 됐다 싶어 손을 막 뗀 참이었거든요.

    "네" 하면 될 걸, 입에서 "어...
    거의요" 가 먼저 나갔어요.

    그러고는 묻지도 않은 말을 줄줄이 붙였어요.
    "맞는지 한 번 더 봐야 하는데" 어쩌고.
    상대는 그냥 "응 천천히 해요" 하고 지나갔는데, 저 혼자 그 "거의요"를 한참 곱씹었어요.
    그 작업, 사실 끝나 있었거든요.
    제가 봐도 더 손댈 데가 없었고요.
    그러니까 "거의"가 아니라 그냥 "다"였는데, 입은 굳이 한 글자를 깎아서 내보냈더라고요.

    "다 됐어요" 다섯 글자가 목에서 안 넘어갔어요

    근데 그 다섯 글자가 목에서 딱 걸리더라고요.

    뱉으려고 하면, 아직 안 본 구석이 어디 하나 튀어나올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확인은 한 번 더" 같은 토를 굳이 달았어요.
    단서 없이 끝맺는 게 어색해서요.
    다 됐다고 단언하는 순간 어딘가 안 챙긴 한 칸이 튀어나와서 저를 거짓말한 사람으로 만들 것 같았어요.
    누가 닦달한 것도 아닌데요.

    처음엔 제가 그냥 좀 소심해진 줄 알았어요.
    일 욕심이 많아져서 완벽하게 보이고 싶은 건가, 아니면 요새 피곤해서 자신이 없어진 건가.
    그렇게 적당히 이유를 붙이고 넘어가려고 했어요.
    근데 그날 비슷한 순간이 또 왔을 때, 그게 자신감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저는 그 일이 됐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의심한 게 아니라, 됐다고 말하는 행위 자체가 걸린 거예요.

    요 몇 달 AI랑 일하면서 생긴 버릇이에요.
    AI가 "완료했습니다" 하면 저는 그 말을 안 믿거든요.
    말투가 깔끔할수록 더 안 믿어요.
    매끄러운 보고 뒤에 안 한 일이 숨어 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했다"는 말이 오면 반사적으로 "뭘 보고 그렇게 말하지?" 부터 떠올라요.
    화면 켜고 진짜로 돌아가는지 눈으로 봐야 그제야 믿고요.

    그 잣대를, 어느새 제 입으로 하는 보고에도 똑같이 들이대고 있었던 거예요.

    단서를 빼고 한 줄만 보내보려다가

    그게 좀 신경 쓰여서, 그날 메시지로 짧게 보고할 일이 있을 때 일부러 한번 해봤어요.
    "다 됐습니다" 까지만 치고, 뒤에 아무것도 안 붙이고 보내기.

    거기까지 쳤어요.
    그리고 손이 멈췄어요.

    전송 버튼 위에서 엄지손가락이 안 내려가는 거예요.
    별것도 아닌 한 줄짜리 보고인데.
    마침표만 찍으면 되는데, 그 마침표가 마치 안 한 일을 덮는 뚜껑처럼 느껴졌어요.
    화면을 들여다보니 커서가 "다 됐습니다" 끝에서 깜빡깜빡하고 있고, 저는 그 깜빡임을 세고 있더라고요.
    손가락 끝이 화면에 닿을락 말락 한 채로요.

    한 삼사십 초쯤 그러고 있었나.
    그러다 결국 손가락을 한 칸 뒤로 빼서, 뒤에 "확인 한번 부탁드려요" 를 기어이 붙여서 보냈어요.
    정확히는 "다 됐습니다.
    확인 한번 부탁드려요." 그 두 문장이었어요.
    첫 문장만 보내면 끝나는 일이었는데, 저는 두 번째 문장이 붙어야 전송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 일곱 글자를 치는 순간 묘하게 어깨가 풀리더라고요.
    그래야 손가락이 내려갔어요.

    보내고 나서 좀 웃겼어요.
    한 줄 보내는 데 마침표 하나를 못 찍어서 사오십 초를 망설인 게요.
    더 웃긴 건, 그 "확인 부탁드려요" 가 사실 상대한테 일거리를 떠넘긴 거라는 점이었어요.
    됐다고 말하기가 무서워서, 다 된 일을 굳이 다시 봐달라고 한 거잖아요.
    제 불안을 한 줄로 포장해서 남한테 보낸 셈이에요.
    웃긴데, 영 개운하지가 않았고요.

    예전엔 안 그랬는데

    저는 "했어요, 끝났어요" 시원하게 말하는 사람이었어요.

    언제부터 끝마다 단서를 달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AI한테 "그거 진짜 됐어?
    보여줘" 하던 게 한두 달쯤 됐으니까 그쯤일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솔직히 그것 때문인지도 확실하진 않아요.
    그냥 어느 날 보니 제 말끝이 죄다 흐려져 있더라고요.
    "됐어요"는 "됐을 거예요"가 되고, "끝났어요"는 "거의 끝났어요"가 되고.
    단언하는 자리마다 한 겹씩 솜을 대놓은 것처럼요.

    오늘도 누가 "그거 됐어요?" 하고 물으면, 다 해놓고도 또 "거의요" 가 먼저 나갈 것 같아요.
    그 한 글자를 어떻게 떼는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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