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AI한테 소리 내서 욕하고 나서, 혼자 좀 머쓱했어요
    AI Agent 2026. 7. 7. 21:00
    728x90
    반응형

    책상 앞에서 머쓱하게 목덜미를 만지는 손 사진
    욕하고 나서 머쓱

    손으로 휘갈겨 쓴 회의 메모 넉 장을 사진으로 찍어서 AI한테 읽혔어요.
    한 장 한 장 다 옮겨 적기가 귀찮았거든요.
    책상에 메모지를 펼쳐놓고 위에서 폰으로 찍는데, 형광등 그림자가 글씨 위에 비스듬히 걸쳐서 한 번 더 각도를 틀어 찍었어요.
    대부분은 잘 읽었어요.
    제가 봐도 알아보기 힘든 글씨를 용케 풀어놨더라고요.
    그런데 딱 네 군데를 틀렸어요.

    그 네 군데만 짚어서 다시 보냈어요.
    여기랑 여기, 이 칸만 다시 봐달라고요.
    처음엔 사진이 흐려서 그런가 싶어서, 같은 자리를 손가락으로 확대해 더 또렷하게 찍어 한 장을 더 붙였어요.
    그랬더니 같은 자리를 또 똑같이 틀리게 내놨어요.
    한 군데는 두 글자짜리 단어 검토를 엉뚱한 세 글자 검도장으로 바꿔놨는데, 그 세 글자가 처음 거랑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았어요.
    더 선명한 사진을 줬는데도 답은 글자 하나 안 움직였어요.
    화면을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서, 혹시 내가 칸을 잘못 짚어 보낸 건가 싶어 제가 보낸 메시지를 위로 다시 올려봤어요.
    아니더라고요.
    칸은 맞게 짚었는데 답만 그대로였어요.

    그때 입에서 욕 비슷한 게 한마디 툭 나갔어요.
    "아니 이걸 왜 못 읽어." 혼자 방에서, 화면을 노려보면서요.

    세 번째에 손이 키보드를 좀 세게 쳤어요

    문제의 글자는 제가 봐도 흘려 쓴 거였어요.
    솔직히 제 글씨가 못난 거죠.
    회의 중에 급하게 받아 적느라 끝이 다 뭉개져 있었어요.
    근데 AI는 그걸 "모르겠다"고 안 해요.
    늘 자신만만하게 뭔가를 적어와요.
    그게 더 얄미웠어요.
    차라리 빈칸으로 두면 "아 여기가 애매하구나" 하고 제가 알아서 짚을 텐데, 멀쩡해 보이는 단어를 척 채워놓으니까 진짜인지 가짜인지 매번 제가 다시 봐야 하는 거예요.

    두 번째까지는 그냥 한숨이었어요.
    처음엔 그럴 수 있지, 두 번째엔 사진을 더 잘 줘볼까, 이러면서요.
    그런데 세 번째로 같은 오답이 토씨 하나 안 바뀐 채로 돌아왔을 때, 엔터를 치는 손가락이 평소보다 좀 세게 내려갔어요.
    탁, 하는 소리가 조용한 방에 또렷하게 났어요.
    그러고는 "진짜 답답하네" 하고 한 번 더 소리 내서 뱉었고요.
    의자 등받이에 몸을 던지듯 기댔는데 그 삐걱대는 소리까지 다 들렸어요.

    뱉어놓고 나서, 어 내가 지금 뭐 한 거지

    그 말이 입 밖으로 나가고 나서야,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나 지금 누구한테 화내고 있는 거지.

    받는 쪽은 사람이 아니잖아요.
    째려본다고 더 잘 읽어줄 것도 아니고요.
    그냥 명령어 받는 프로그램한테 목소리를 높인 거예요.
    방엔 저밖에 없는데, 옆자리 동료가 같은 실수를 세 번 반복한 것처럼 욱했어요.
    누가 문틈으로 봤으면 어쩔 뻔했나 싶어서 좀 웃겼고요.
    혼자 빈 화면 보고 언성 높이는 사람이라니.

    근데 웃긴다고 화가 식진 않았어요.
    "기계한테 화낸 내가 바보지" 하면서도 짜증은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
    머쓱한데 짜증도 나고, 그 둘이 머릿속에서 한데 엉켜서 정리가 안 됐어요.
    화면을 닫지도 못하고 그냥 한참 그러고 앉아 있었어요.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는데 미지근한 게 더 짜증을 돋우더라고요.

    결국 네 군데는 제가 손으로 고쳤어요

    화풀이로 될 일이 아니니까, 사진을 화면 한쪽에 띄워놓고 AI가 적어온 거랑 번갈아 봤어요.
    잘 읽은 데는 그냥 넘기고, 막힌 칸만 사진을 손가락으로 끝까지 확대해서 눈으로 짚었어요.
    그렇게 네 군데를 제 손으로 직접 메웠어요.
    별거 아닌 작업인데, 네 번 왔다 갔다 하고 나니까 어깨가 좀 뻐근했어요.

    따지고 보면 거의 다 맞게 읽어준 거예요.
    처음부터 제가 넉 장을 다 쳤으면 훨씬 오래 걸렸을 거고요.
    그걸 머리로는 아는데도, 그 네 글자 앞에서 욕이 나갔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좀 그래요.

    같은 사진, 같은 부탁이었는데 같은 자리를 같은 답으로 세 번 박은 건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두 번째엔 자기가 처음 적은 걸 어디 끼고 다시 본 건가 싶기도 한데, 그냥 제 짐작이고 확인은 안 해봤어요.
    사람 같으면 "아 여기요?" 하고 다음엔 다르게라도 한 번 찍어봤을 텐데.
    그게 제일 약 올랐어요.
    메모를 결국 다 손으로 고치고 사진을 닫는데, 막상 분은 안 풀리고 그냥 좀 허탈하더라고요.
    검토 두 글자를 어떻게 봤길래 검도장까지 갔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728x90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