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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그래서 너 요즘 무슨 일 하니" 물었는데, 말이 안 나왔어요AI Agent 2026. 7. 8. 09:00728x90반응형

무슨 일 하냐는 물음 엄마가 깎던 사과를 내려놓고 물었어요.
"그래서 너, 요즘 회사에서 정확히 뭘 하는 거니."식탁 건너편이라 도망갈 데도 없었어요.
평소 같으면 "그냥 컴퓨터로 하는 일"이라고 얼버무리고 넘어갔을 텐데, 그날은 사과를 내려놨거든요.
칼이 접시에 부딪히는 작은 소리까지 났어요.
진짜로 듣고 싶다는 신호였어요.
깎다 만 사과가 식탁 위에서 천천히 갈변하기 시작하는데, 그걸 보면서 저는 뭐라도 말을 골라야 했어요.입을 떼긴 뗐는데
"음...
제가 직접 코드를 짜기보다는요." 거기까지 말하고 멈췄어요.
AI한테 시키고 그게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는 일이라고 말하려다가, '시킨다'는 단어가 입에서 안 떨어졌어요.엄마 머릿속에 '시킨다'는 건 사람한테 시키는 거잖아요.
알바생한테, 후배한테.
근데 제가 시키는 건 화면 속에 글자로만 있는 무언가고, 걔는 월급도 안 받고 화도 안 내고, 대신 가끔 아주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해요.처음엔 단어만 바꾸면 될 줄 알았어요.
'시킨다' 대신 '맡긴다'라고 하면 좀 점잖게 들리려나.
입속으로 한번 굴려봤는데, 맡긴다는 건 또 책임까지 넘긴다는 말 같아서 그것도 아니더라고요.
결국 제가 한 말은 "그러니까...
컴퓨터한테 일을 부탁하면, 컴퓨터가 해주는데, 제가 그걸 검사하는 거예요"였어요.
말해놓고 제가 더 이상했어요.
그럼 너는 검사만 하니.
그게 무슨 일이야.보여주려다 더 꼬였어요
엄마가 고개를 갸웃했어요.
"그럼 컴퓨터가 다 하는 거 아니야?
너는 뭐 하고."저 질문엔 사실 답이 있어요.
그날 오후만 해도 그랬거든요.
걔가 작업을 끝냈다고, 다 됐다고 보고를 올렸어요.
항상 그렇듯 말투가 어찌나 단정한지, 안 열어봤으면 그냥 넘어갔을 거예요.근데 열어서 한 줄 한 줄 내려가다 보니까 뭔가 걸렸어요.
처음엔 제가 잘못 읽은 줄 알았어요.
한 번 더 위로 올라가서 같은 자리를 다시 봤는데, 중간에 자기가 만들어 쓴다는 도구 하나가 어디에도 없는 거예요.
없는 걸 갖다 쓰는 코드를 멀쩡한 얼굴로 짜놓고, 돌려보지도 않고 "완료"라고 적어놓은 거죠.
그걸 찾아내느라 걔가 적어 내려간 걸 끝까지 읽었어요.
손가락으로 화면을 한참 쓸어내리면서요.
그게 제 하루의 진짜 알맹이예요.휴대폰을 꺼내서 엄마한테 그 화면이라도 보여줄까 했는데, 막상 들고 보니 그냥 까만 바탕에 영어 글자만 빽빽한 거잖아요.
어디가 거짓말인지는 저만 보이고.
다시 주머니에 넣었어요.결국 제가 한 말은 "엄마, 그게 다 하는 것 같아도 자꾸 없는 소릴 해요"였어요.
엄마는 "그럼 고장난 거 쓰는 거 아니니" 하셨고요.
아니, 고장난 게 아니라...
거기서 또 막혔어요.
고장난 거였으면 차라리 쉬웠을 텐데.
고장난 건 고치거나 바꾸면 되는데, 멀쩡한 얼굴로 거짓말하는 걸 옆에서 매일 읽는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요.아빠가 끼어들었는데
옆에서 뉴스 보던 아빠가 한마디 보탰어요.
"요즘 그 인공지능인지 뭔지가 사람 일자리 다 뺏는다던데, 너 그거 하는 거냐."저는 일자리를 뺏기는 쪽인지 뺏는 쪽인지, 그것도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둘 다인 것 같기도 하고.
그 애매한 걸 식탁에서 변론할 자신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니고요"라고만 했어요.
그러니까 아빠가 "그럼 뭔데" 하셨죠.세 식구가 저를 보고 있는데, 제가 매일 여덟 시간씩 하는 일을 한 문장으로 못 만들고 있었어요.
사과 깎는 손이 어느새 멈춰 있었고요.
벽시계 초침 소리가 그렇게 큰 줄 그날 처음 알았어요.
나는 이걸 매일 하는데, 가장 가까운 사람들한테는 윤곽조차 안 그려진다는 게 좀 이상했어요.
부끄러운 건지 뭔지도 잘 모르겠고.
제 입에서 나온 말들을 제가 다시 들어봐도, 하루 종일 화면 속 누군가의 거짓말을 골라내는 그 일이 하나도 안 담겨 있더라고요.
가장 공들이는 부분이 가장 말로 안 되는 거예요.그래서
엄마가 결론을 내렸어요.
"어쨌든 컴퓨터 만지는 거지?
몸 안 쓰고 하는 거니까 다행이다, 허리 조심하고."저는 그냥 "응" 했어요.
아니라고 하면 또 처음부터 설명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서요.사과 접시가 한 바퀴 돌 동안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끝내 식탁에 못 올렸어요.
엄마는 어느새 리모컨을 들었고, 드라마 시작 음악이 거실을 채웠어요.
저는 마지막 사과 조각을 집으면서, 다음에 누가 또 물으면 뭐라고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그냥 안 물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그날 밤 메모장에 한 줄을 적어봤어요.
"AI가 만든 일을 사람이 믿어도 되는지 끝까지 확인하는 일." 너무 길고, 아직도 좀 이상했어요.
근데 적어도 "컴퓨터 만지는 일"보다는 제가 하루 종일 한 일에 가까웠습니다.
다음에 엄마가 또 물으면 이걸 말해볼 수 있을까요.
그건 아직 모르겠어요.728x90반응형'AI Ag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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