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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한테 일 시키기 전에, 혼잣말로 먼저 설명해보는 버릇이 생겼어요
    AI Agent 2026. 7. 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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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잣말처럼 끄적인 노트와 머그 사진
    혼잣말로 먼저

    입력창 앞에서 손가락이 멈춘 게 한 4분쯤 됐을 거예요.

    화요일 밤이었고, 저는 어떤 화면 하나가 자꾸 이상하게 도는 걸 AI한테 떠넘기려던 참이었어요.
    "이거 좀 봐줘"라고 치다가, 그게 너무 성의 없어 보여서 지웠어요.
    다시 썼어요.
    "특정 조건에서 목록이 비어서 나오는데" 까지 치고, 그 조건이 뭔지 제가 아직 한 문장으로 말 못 한다는 걸 알았어요.
    커서만 까딱까딱 깜빡이고 있었어요.
    그 깜빡임을 한참 보고 있었어요.

    손가락이 멈춘 4분

    웃긴 게, 저는 답을 받으려고 입력창을 연 거였거든요.
    근데 받기는커녕 질문도 못 만들고 있었어요.

    처음엔 문장이 안 나오는 게 제가 피곤해서인 줄 알았어요.
    새벽이었고 눈도 뻑뻑했고요.
    그래서 물 한 잔 떠 오고, 의자도 한 번 고쳐 앉고, 다시 손을 올렸어요.
    그래도 똑같았어요.
    피곤이 문제가 아니라 제가 아직 이 일을 한 줄로 정리를 못 한 거였어요.

    그래서 그냥 소리 내서 말해봤어요.
    새벽 한 시에 혼자 사는 집에서, 모니터 보고.
    "그러니까 어제까지는 멀쩡했고, 내가 어제 만진 건 저장하는 쪽이었고, 근데 안 보이는 건 읽어오는 쪽이고…"

    여기까지 말하다가 멈췄어요.
    저장하는 걸 만졌는데 왜 읽는 쪽이 깨졌지.
    둘이 안 닿아 있는데.
    제 목소리가 빈집에서 좀 어색하게 울렸는데, 그 어색한 한마디가 이상하게 손가락보다 빨랐어요.

    시키려다, 내가 먼저 알아버린 순간

    처음엔 그 "조건"이 범인인 줄 알았어요.
    어제 만진 저장 쪽에 조건문을 하나 끼웠던 게 기억나서, 거기 부등호를 거꾸로 쓴 줄 알고 한참 들여다봤거든요.
    화면을 코앞까지 당겨서, 한 글자씩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요.
    멀쩡했어요.
    그다음엔 오타인가 싶어서 어제 친 줄들을 위에서부터 한 번 더 읽었고.
    그것도 아니었어요.

    두 번 헛짚고 나니까 좀 짜증이 났어요.
    이쯤 되면 그냥 다 복사해서 AI한테 던지고 싶어지더라고요.
    손이 한 번 입력창으로 갔다가, 거기서 아까 내가 한 말이 다시 걸렸어요.
    "둘이 안 닿아 있는데." 안 닿아 있으면, 그 사이에 뭐가 끼어 있다는 거잖아요.
    그제야 어디를 봐야 하는지가 보였어요.
    AI한테는 한 글자도 안 보낸 채로요.

    저장된 값은 3이었어요.
    제가 직접 열어서 봤으니까 3인 게 확실했고요.
    근데 화면은 0을 들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저장은 3인데 화면은 0이고, 저장도 읽기도 둘 다 멀쩡한데, 그럼 0은 어디서 온 거지.
    0을 누가 들고 있는 거지.

    여기서 또 한참 멈췄어요.
    답이 한 호흡에 떨어지진 않았어요.
    손은 멈춰 있는데 머릿속에서만 3이랑 0을 자꾸 양손에 들고 무게를 재보는 느낌이었어요.
    저장도 맞고 읽기도 맞으면 남는 건 그 사이뿐인데, 그 사이에 내가 안 본 게 있다는 거잖아요.
    그러다, 저장된 3을 그때그때 가져오는 게 아니라 어디선가 한 번 베껴둔 옛날 0을 계속 들고 있었던 거란 걸 알았어요.
    옛날 값을 기억해두는 칸 하나.
    제가 어제 안 만진 칸이라, 그래서 의심도 안 한 칸.
    가서 그 칸을 비워주니까 3이 그제야 화면으로 올라왔어요.

    시계를 보니 혼잣말 시작하고 한 십몇 분쯤 지나 있었어요.
    입력창에 적던 그 질문은 결국 안 보냈어요.
    보낼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그날 이후로 좀 이상한 버릇이 생겼어요.
    AI한테 뭘 시키기 전에, 입력창에다 그걸 설명하듯이 쓰기 시작한 거예요.
    받는 사람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치고.
    "이게 뭐냐면, 지금 이런 상황이고, 내가 원하는 건 이건데, 막힌 건 여기고."

    절반은 보내기도 전에 끝나요

    그렇게 써보면 한 절반은 보내기도 전에 답이 보여요.
    정확히는 답이 보이는 게 아니라, 내가 어디서부터 얼버무리고 있었는지가 보여요.
    "이게 왜 안 되냐면…" 하고 입력창에 치다가 그 "왜"에서 손이 멈추면, 거기가 거의 항상 범인이더라고요.

    지난주에도 그랬어요.
    두 군데가 똑같이 동작해야 하는데 한 군데만 자꾸 다르게 굴었어요.
    AI한테 "왜 다르냐" 묻는 글을 쓰다가, "똑같아야 하는데"라고 친 그 줄에서 손이 멈췄어요.
    똑같아야 한다고 누가 정했지?
    내가요.
    근데 두 군데를 한 번도 나란히 안 놓고 봤더라고요.
    창 두 개를 양옆에 띄워서 위에서부터 같이 내리는데, 위에서 일곱 번째 줄에서 한쪽에만 글자가 하나 더 붙어 있었어요.
    딱 그거 하나.
    그거 지우려고 AI 입력창을 연 거였는데.

    근데 이게 좀 이상한 게, 풀고 나면 기분이 안 좋아요.
    도와줄 도구 옆에 두고 결국 내가 내 머릿속을 받아쓰기 하다가 풀었으니, 도구를 안 쓴 게 잘한 건지 게으른 건지도 잘 모르겠고.
    그날 입력창은 그냥 빈 종이였어요.
    근데 빈 종이한테 설명하느라 풀린 거면, 그건 누구 공인가요.

    그리고 매번 되는 것도 아니에요.
    어떤 날은 한 시간을 혼잣말로 설명해도 끝까지 안 풀려서, 결국 다 보내고 진짜 시켜요.
    그게 더 많은 날도 있고요.
    그래서 이걸 무슨 방법이라고 부르기도 좀 그래요.
    될 때 되고 안 될 때 안 되니까.

    어젯밤에도 입력창 열어놓고 설명을 쓰다가, 다 쓰고 한참 봤어요.
    다 써놨는데도 어디가 막힌 건지는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진짜 보냈어야 했는데, 안 보내고 노트북을 덮었어요.
    왜 덮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보내기가 좀 싫었던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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