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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숫자 하나만 바꿔달라고 했어요. 멀쩡한 옆자리까지 싹 손봐놨더라고요
    AI Agent 2026. 6.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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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숫자 하나만 바꿔달라고 했어요.
    어떤 값이 3이어야 하는데 2로 들어가 있어서, 그 한 줄만.
    정말 그게 다였어요.
    화면에 띄워놓고 손가락으로 그 줄을 짚어가면서, 여기 2를 3으로, 끝, 하고 보냈거든요.

    돌아온 diff를 보는데 변경 줄이 한 줄이 아니었어요.
    스크롤바가 평소보다 길길래 잘못 봤나 했는데, 위로 올려보니 41줄이 바뀌어 있더라고요.
    내가 부탁한 그 한 줄은 정확히 고쳐져 있었고, 그 위아래로 손도 안 댄 멀쩡한 코드가 통째로 정렬이 다시 돼 있었어요.
    들여쓰기 맞추고, 줄 순서 바꾸고, 짧게 쓸 수 있는 건 짧게 줄이고.
    빨간 줄 초록 줄이 화면을 꽉 채우는데, "겸사겸사 정리해뒀어요" 같은 느낌으로.

    diff를 닫고, 그냥 머지했어요

    이게 부끄러운 부분인데요.
    그 41줄을 한 줄씩 안 읽었어요.

    처음엔 좀 읽으려고 했어요.
    위에서 두세 줄 눈으로 훑다가, 어차피 다 포맷만 만진 거잖아, 싶어서 손을 놨거든요.
    내가 시킨 한 줄이 맞게 들어간 것만 확인하고 나머지는 통과.
    그날 비슷한 자잘한 수정이 대여섯 개 밀려 있었고, 정렬 좀 바뀐 거 가지고 41줄을 정독하긴 좀 그랬어요.
    솔직히 귀찮았어요.

    테스트도 초록이었어요.
    그러니까 더 안 봤죠.
    초록불 보면 마음이 그냥 놓이거든요.

    사흘 뒤에, 안 건드린 데가 틀어졌어요

    문제는 내가 부탁한 줄에서 안 났어요.
    거기서 다섯 칸쯤 위, 내가 손도 안 댄 자리에서 났어요.

    증상은 작았어요.
    이름 칸을 비워두고 보내면 막혀야 하는 게, 그날부터 그냥 통과했어요.
    빈 채로.
    다른 입력은 다 멀쩡했고요.
    딱 그것만 새더라고요.

    처음엔 그 줄을 의심도 안 했어요.
    내가 안 건드린 데니까.
    당연히 환경 문제겠거니 했어요.
    캐시가 꼬였나, 다른 데서 들어온 데이터가 더러운가, 한 30분은 딴 데를 팠어요.
    로그를 위아래로 굴리고, 같은 요청을 몇 번이나 다시 쏴보고.
    그런데 아무리 봐도 들어오는 값은 멀쩡하더라고요.
    한참 헤매다가 답답해서, 그냥 내가 직접 빈 칸 하나 넣고 보내봤어요.
    별 기대 없이요.
    근데 그게 그대로 통과돼서 화면 너머로 쑥 넘어가는 걸 보고, 등이 좀 서늘했어요.
    아 여기였구나.

    거기서부터 그 다섯 칸 위를 노려봤어요.

    친절이 두 줄을 한 줄로 묶었더라고요

    원래 그 자리엔 막아주는 게 따로 두 줄로 걸려 있었어요.
    한 줄이 비었나 보고, 그 밑에 한 줄이 또 뭔가를 봤거든요.
    정확히는 나도 지금 다시 설명하라면 좀 더듬어요.
    그날 화면 보면서도 한참 노려보다 겨우 이해한 거라.

    아무튼 AI가 그 두 줄을 한 줄로 깔끔하게 묶어놨는데, 묶으니까 앞이 통과돼버리면 뒤는 아예 안 보고 지나가더라고요.
    평소 입력엔 둘 다 걸려서 티가 안 났어요.
    빈 값일 때만 앞이 먼저 빠져나가면서 뒤를 건너뛰었고요.
    그래서 사흘 전까지 멀쩡했던 게 사흘 뒤부터 그 한 경우에만 샜어요.
    묶은 자체가 틀린 것도 아니었어요.
    평소엔 정말 똑같이 돌거든요.
    그 한 경우만 빼고.

    원인을 찾고 나서가 좀 허무했어요.
    내가 부탁한 건 멀쩡했고, 부탁 안 한 친절이 부순 거였으니까.
    화면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내가 정독을 안 한 그 사흘이 자꾸 떠올랐어요.
    그 41줄 어딘가에 이게 들어 있었던 거잖아요.
    스크롤만 한 번 더 내려봤어도 보였을 자리에.

    정렬은 진짜 더 깔끔했어요

    따로 떼어놓고 보면 그 41줄, 전보다 읽기 좋아요.
    줄도 짧고, 조건도 한눈에 들어오고.
    누가 봐도 전보다 정리된 코드예요.

    그 뒤로 한 줄 고쳐달라고 할 때 한마디를 붙여요.
    "딱 그 줄만, 주변은 그대로 둬." 근데 이게 또 매번 먹히진 않아요.
    어떨 땐 또 옆을 정리해놓고, 어떨 땐 안 그러고.
    왜 어떤 날은 듣고 어떤 날은 안 듣는지, 그건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요즘은 한 줄 부탁했는데 diff가 한 줄로 안 돌아오면 일단 멈칫해요.
    멈칫하고도 또 귀찮아서 대충 넘길 때가 솔직히 있고요.
    그 빈 값 건은 운이 좋았어요.
    누가 막 쓰기 전에 내가 먼저 찔러봐서 잡힌 거지, 안 그랬으면 그게 언제 어디서 다시 샜을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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