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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프트를 길게 쓸수록, 결과가 더 나빠졌어요AI Agent 2026. 6. 29. 09:00728x90반응형

화면에 띄워둔 프롬프트가 스크롤 두 번을 넘어가고 있었어요.
규칙이 열한 개였는데, 1번이 "표로 만들지 마", 그다음이 "존댓말 쓰지 마", 한참 밑에 7번쯤 가서 "괄호 안에 부연 설명 달지 마" 같은 게 줄줄이 붙어 있었어요.
그 아래로 예시 세 개, "이런 건 절대 하지 마" 목록, 입력이 비어 있으면 어쩌고 하는 예외 처리까지.
한 줄 한 줄 적을 때마다 빠진 게 없나 위아래로 훑었는데, 훑을 때마다 또 하나가 떠올라서 끝에 붙이고 또 붙였어요.
저는 그걸 보면서 좀 뿌듯했거든요.
이 정도로 꼼꼼하게 적어주면 못 알아들을 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보냈어요.
똑같은 일을 여섯 군데에 시켰고, 결과를 적대적으로 한 번 더 검증을 걸어뒀어요.여섯 개가 전부 다시 쓰라는 판정을 받고 돌아왔어요.
꼼꼼하게 적었는데 여섯 개가 다 틀렸어요
처음엔 모델 탓을 했어요.
이렇게까지 적어줬는데 왜 못 하지.
한 30분쯤은 프롬프트는 멀쩡하다고 믿고, 모델 버전을 바꿔볼까 온도를 낮춰볼까 그런 쪽만 만지작거렸어요.
근데 결과물을 한 줄씩 들여다보니까, 틀린 방향이 좀 이상하더라고요.
여섯 개가 제각각 다르게 틀린 게 아니라, 네 개가 똑같은 데서 똑같이 틀려 있었어요.규칙 목록 맨 위에 제가 "표로 만들지 마, 그냥 문장으로 풀어"라고 굵게까지 적어놨거든요.
그런데 여섯 개 중 네 개가 마크다운 표를 그려서 왔어요.
파이프 문자 쫙 그어서, 헤더 칸까지 정성껏.
하지 말라고 적은 그 한 줄을 골라서 정확히 그것만 한 셈이에요.
스크롤을 내려서 네 개를 나란히 띄워놓고 봤는데, 칸 폭까지 비슷하게 맞춰져 있어서 좀 소름이 돋았어요.검증을 한 번 더 걸어둔 것도 별 도움이 안 됐어요.
멀쩡해 보이는 출력 하나를 붙잡고는 "근거가 약함, 재작성 권고"라고 한 줄 적어서 도로 돌려보냈는데, 정작 그게 왜 근거가 약한지는 안 적혀 있었어요.
그렇게 멀쩡한 두 개를 되돌리는 동안, 표가 떡하니 박혀 있는 네 개는 "이상 없음" 도장 찍어서 그냥 통과시켰고요.
한 번 돌릴 때마다 3분 넘게 걸리고 토큰값도 두 배로 붙는데, 잡으라고 시킨 건 못 잡고 안 틀린 걸 틀렸다고 하고 있던 거예요.
화면 오른쪽 위에 도는 로딩 표시를 멍하니 보고 있는데, 이게 일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일을 한 겹 더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어요.한 줄로 줄여서 다시 보냈어요
화가 났다기보단 좀 황당했어요.
그래서 반대로 해봤어요.
그 긴 프롬프트를 다 지우고, 진짜 하고 싶은 거 한 문장만 남겼어요.
"이 내용을 문단 형태로 정리해줘." 끝.
표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않았어요 — 금지 목록도, 예시 세 개도, 검증 단계도 다 뺐고요.
지우면서도 손이 좀 떨렸어요.
이만큼이나 적어놨는데 이걸 다 버린다고?
싶어서 한 번 멈칫했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보냈어요.이번엔 다섯 개가 한 번에 통과했어요.
나머지 하나는 또 표를 그려 왔는데, 그건 표가 문제가 아니라 내용 자체가 엉뚱하게 나온 거라서 결이 좀 달랐어요.
어쨌든 표 때문에 통째로 돌아온 건 아까 네 개에서 한 개로 줄어든 거고요.저는 이게 좀 무서웠어요.
표라는 단어를 화면에서 지웠더니 표가 안 왔다는 거잖아요.
곧장 "아, 하지 말라고 적는 게 외려 그쪽을 가리키는 손가락이었구나" 하고 정리하고 싶었는데, 정리해놓고 다시 읽어보니까 그게 맞는 설명인지 자신이 없었어요.
그날 다시 두어 번 더 돌려봤더니, 똑같이 짧게 보내도 어떨 땐 표가 한 개 오고 어떨 땐 하나도 안 오고 그랬거든요.
손가락 얘기가 맞다면 짧은 쪽에서도 일관되게 깨끗해야 할 텐데, 그게 아니었어요.
그냥 길게 적은 게 통째로 방해가 된 건지, 그 한 줄이 문제였는지, 예시 세 개 때문이었는지 — 변수를 다 한꺼번에 빼버려서 뭐가 진짜 원인인지는 끊어내지를 못했어요.
깔끔하게 떨어지는 이유 하나를 갖고 싶었는데, 그게 없는 채로 결과만 좋아진 거라 더 찝찝했어요.덜어내는 게 더 어려웠어요
근데 솔직히 말하면, 그 뒤로도 저는 또 길게 쓰고 있더라고요.
다음 작업에서 비슷한 일을 시키는데, 손이 자동으로 "참고로 이런 경우엔…"을 붙이고 있는 거예요.
한 줄로 끝내도 되는 걸 알면서도, 짧게 보내면 뭔가 빠뜨린 것 같아서 불안한 거죠.
꼼꼼함이 일을 망쳤다는 걸 눈으로 봤는데도 손버릇은 안 바뀌더라고요.지금도 가끔 그 네 개가 그려 보낸 표를 다시 열어봐요.
칸까지 반듯하게 맞춰서, 하지 말라고 적힌 바로 그걸.
짧게 보냈더니 그게 안 왔으니 긴 쪽 어딘가에 원인이 있는 건 맞는데, 그날 이후로 같은 프롬프트를 두어 번 더 돌려봐도 어떨 땐 표가 오고 어떨 땐 안 오고 그래서, 어느 줄이 범인이었는지는 끝까지 못 짚었어요.방금도 다음 작업 프롬프트를 쓰다가, 1번 줄에 또 "표로 만들지 마"를 적어놓은 걸 발견했어요.
한 번 지웠어요.
그러고 나니까 빈 줄이 너무 허전해서, 손이 그걸 도로 적고 있더라고요.
지금 그 한 줄이 다시 적힌 채로 창이 열려 있는데, 보낼지 또 지울지는 아직 안 정했어요.728x90반응형'AI Ag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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