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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가 일을 대신하니, 내 실력이 어디서 느나 싶었어요
    AI Agent 2026. 6. 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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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자리 친구가 의자째 돌아서 화면을 제 쪽으로 들이밀었어요.
    두 군데서 같은 사람을 서로 다르게 식별하던 자리에서 숫자가 엉뚱하게 붙던 버그였어요.
    한쪽 코드랑 다른 쪽 코드가 같은 사람을 가리킨다고 친 자리에서, 숫자가 조용히 새고 있었던 거예요.

    저는 그걸 한 3초쯤 봤어요.
    화면 위쪽이랑 아래쪽을 한 번씩 훑고 나서 "아, 저거 두 군데서 이름이 어긋난 거네요" 했어요.
    친구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라고요.
    어떻게 그걸 보자마자 아냐고.
    마우스 커서를 멈추고 저를 돌아봤어요.

    그 답을 저는 사흘 주고 샀거든요

    몇 년 전에 똑같은 종류의 버그를 처음 만났을 때, 저는 진짜 사흘을 헤맸어요.
    그것도 곱게 헤맨 게 아니라요.

    처음엔 데이터가 깨진 줄 알았어요.
    그래서 의심 가는 표를 통째로 떠서 한 줄씩 눈으로 내렸어요.
    모니터 밝기를 한 칸 올리고, 화면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요.
    한 사백 줄쯤 내려가다가 결국 인정했어요.
    데이터는 멀쩡하다고.
    숫자 자체는 다 맞거든요.
    어디로 가서 붙느냐만 틀린 거였는데, 그땐 그걸 몰랐죠.
    그래서 멀쩡한 표를 사백 줄이나 헛으로 읽은 거예요.

    다음엔 캐시를 의심했어요.
    다 비웠더니 잠깐 맞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어, 됐다"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정수기까지 가서 물 한 잔 떠 마시고 왔어요.
    돌아와 앉아서 한 시간쯤 다른 일을 하다가 무심코 그 화면을 다시 봤는데, 같은 숫자가 또 어긋나 있었어요.
    그때 진짜 입에서 욕이 나왔어요.
    캐시 탓이 아니었다는 거잖아요.
    비우는 순간만 잠깐 가려졌던 거지.
    그 반나절이 그냥 통으로 0이 된 거예요.

    둘째 날 밤엔 사람이 다 빠진 사무실에서 화면 두 개를 나란히 띄워놨어요.
    같은 한 건을 양쪽에서 동시에 찍어봤어요.
    왼쪽 화면이 부르는 번호랑 오른쪽 화면이 부르는 번호가 달랐어요.
    같은 한 사람을요.
    같은 데이터인데 두 군데가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더라고요.
    그 두 화면을 한참 번갈아 보는데, 목 뒤가 좀 서늘해지면서, 아 이게 한 사람을 두 자리에서 다르게 부르고 있는 거구나, 하고 떨어졌어요.
    누가 짚어준 게 아니라, 틀린 자리를 다 한 번씩 밟고 나서야요.

    요즘은 그 사흘을 아무도 안 치러요

    그 친구가 자기 버그를 어떻게 고쳤는지 아세요?
    AI한테 통째로 붙여넣으니까 금방 "이름이 어긋난 것 같다"고 짚어줬대요.
    정확했고요.
    친구는 한 줄 고치고 점심 먹으러 갔어요.
    빠르고 깔끔했어요.
    나무랄 데가 하나도 없어요.

    근데 저는 그게 좀 이상하게 걸렸어요.
    제 사흘은 누가 봐도 비효율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비효율이 저를 만들었어요.
    표를 사백 줄 헛으로 내리던 첫날, 캐시 비우고 물 떠 마시러 갔다가 한 시간 뒤에 무너진 둘째 날 — 그 헛발질이 다 제 안에 뭔가로 남았어요.
    그래서 몇 년 뒤에 남의 화면을 3초 보고 알아챈 거예요.
    그 친구한텐 그게 안 생겨요.
    답은 받았는데, 답이 어디서 왔는지는 안 받았으니까요.

    저도 누가 헤매면서 배우라고 일부러 그 버그를 던져준 건 아니에요.
    그냥 헤맸어요.
    어쩌다 그 구간에 빠졌고, 빠져나오면서 뭔가 몸에 붙었던 거고.
    근데 이젠 그 헤매는 구간 자체를 AI가 먼저 깔끔하게 지워버려요.
    들어가기도 전에요.

    그래서 제 실력은 어디서 느는 거지

    그 생각을 하다가 무서운 데까지 갔어요.
    그 친구 얘기가 아니라 제 얘기로요.
    저도 요즘은 새로운 게 나오면 일단 AI 창부터 열거든요.
    손이 먼저 거기로 가요.
    그럼 저는 지금, 몇 년 전의 그 사흘 같은 걸 마지막으로 통째로 치른 게 언제였더라.

    가만 생각하니까, 그 친구는 제 답을 듣고 고맙다고 했는데 정작 저는 그 친구가 물어본 "어떻게 바로 알았어요?"에 제대로 답을 못 했더라고요.
    "그냥...
    옛날에 비슷한 걸로 한참 고생해서요"라고 우물거렸는데, 말해놓고 손가락으로 햇수를 세보니까 그 고생이 생각보다 한참 전이었어요.
    그동안 새로 사흘짜리 고생을 산 적이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저는 옛날에 사둔 걸 계속 꺼내 쓰고만 있던 거죠.

    그 뒤로 한 일주일은, 모르는 게 나와도 AI 창을 안 열고 일부러 먼저 붙어봤어요.
    화면 두 개 띄워놓고 옛날처럼요.
    근데 솔직히 사흘째 되니까 그냥 물어봤어요.
    빠르니까.
    이게 맞는 건지 틀린 건지도 모르겠고, 친구한테 다시 가서 "야 너도 좀 헤매면서 해"라고 말하기엔, 정작 제가 더 많이 물어보는 사람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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