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최신 방식'이라며 짜준 게, 사실 옛날 방식이었어요
    AI Agent 2026. 7. 2. 09:00
    728x90
    반응형

    미니멀한 책상 옆에 놓인 옛 다이얼 전화기 사진
    '최신'인데 옛날

    수정 가이드 여섯 개가 화면에 쫙 떴는데, 어디 하나 손볼 데가 없어 보였어요.

    문장도 매끄럽고, "요즘은 보통 이렇게 처리해요"라는 설명까지 친절하게 달려 있었거든요.
    저는 한 번 쓱 읽고 "오케이, 이대로 가자" 했어요.
    마우스 휠을 두어 번 굴려 끝까지 내려보는 데 한 십 초나 걸렸나.
    그게 실수였어요.

    "요즘은 이렇게 해요"라는 그 한 줄

    먼저 탐색을 시킨 건 정확했어요.
    "이 기능 어디 있냐" 물었더니 파일 위치를 딱 짚었거든요.
    폴더 경로까지 정확했어요.
    거기까진 진짜였어요.

    그래서 저는 그다음 단계도 당연히 진짜겠거니 했어요.
    문제는 거기, 실제로 고치는 코드를 짜는 단계였어요.
    AI가 그 파일들을 실제로 열어본 게 아니라, "이런 가공은 원래 이런 식으로 하지"라는 자기 머릿속 관례로 채워버린 거예요.
    근데 그걸 그 자리에서는 몰라요.
    한 줄 한 줄이 자신만만했거든요.
    망설이는 기색이 1도 없었어요.
    "여기는 좀 애매한데요" 같은 단서도 한 줄 없이, 그냥 다 안다는 투였어요.

    저는 그 자신감을 그냥 믿었어요.
    위치를 정확히 맞혔으니, 내용도 맞겠거니 했던 거죠.
    처음엔 이게 함정인 줄도 몰랐어요.
    오히려 "어, 이번엔 좀 잘 짜네" 하고 살짝 기특해하기까지 했어요.
    근데 그게 함정이었어요.
    위치를 아는 거랑, 그게 지금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더라고요.
    지도에서 우리 집 위치를 짚는 거랑, 우리 집 냉장고에 지금 뭐가 들었는지 아는 건 다른 거잖아요.
    딱 그런 거였어요.

    실제 코드를 한 줄 열어봤더니

    그냥 적용 버튼을 누르려는데, 뭔가 손이 안 나가더라고요.
    딱히 근거가 있던 건 아니에요.
    그냥 찜찜했어요.
    처음엔 '내가 너무 예민한가' 싶어서 그냥 넘어가려고도 했어요.
    근데 손이 멈춰 있길래, 에라 모르겠다 하고 가이드대로 적용하기 전에 진짜 코드를 한 번 직접 열어봤어요.
    대조나 한번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이었어요.
    5분이면 끝나겠지 했거든요.

    근데 첫 줄부터 안 맞았어요.

    AI가 "이걸 쓰면 된다"고 적어둔 그 구조가, 실제 코드엔 아예 없었어요.
    처음엔 제가 파일을 잘못 열었나 싶어서 위로 다시 스크롤해 봤어요.
    맞는 파일이었어요.
    그 자리엔 한참 전에 바뀐, 지금은 안 쓰는 옛날 방식의 흔적만 남아 있었어요.
    AI가 "최신"이라며 자신 있게 깔아둔 그 패턴이, 사실은 자기가 학습할 때쯤 흔하던 한물간 방식이었던 거예요.

    심지어 호출하는 순서도 정반대였어요.
    진짜 코드는 A를 받아서 B를 주는데, 가이드는 B를 받아서 A를 준다고 적어놨더라고요.
    그 줄을 한참 봤어요.
    화면을 좌우로 번갈아 보면서, 내가 지금 뭘 잘못 보고 있나 몇 번을 다시 읽었어요.
    잘못 본 게 아니었어요.
    그냥 거꾸로였어요.

    거기서부터는 마음이 좀 급해졌어요.
    하나가 이러면 나머지도 봐야 하잖아요.
    여섯 개를 다 줄 단위로 대조했어요.
    한 5분이면 될 줄 알았는데 한참 걸렸어요.
    여섯 개 전부, 지금 존재하지도 않는 구조를 깔고 쓰여 있었어요.
    한두 개가 틀린 게 아니라, 전제 자체가 통째로 옛날 거였어요.
    결국 6개 다 버리고 다시 썼어요.

    매끄러운 게 제일 무서웠어요

    희한한 건, 그 가짜 가이드가 어설펐으면 차라리 의심했을 거란 점이에요.

    오타가 있었거나, 말이 어딘가 막혔거나, "음, 아마도" 같은 게 붙어 있었으면 한 번 더 봤을 거예요.
    근데 문장이 너무 깔끔했어요.
    "요즘은", "보통", "일반적으로" 같은 말이 붙으면 묘하게 더 믿게 되잖아요.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경험에서 나온 감각인데, AI가 그렇게 말하면 그냥 옛날에 흔하던 걸 평균 내서 뱉은 거더라고요.
    둘이 똑같이 들려서 구분이 안 돼요.
    말투만 봐서는 진짜 아는 사람인지, 옛날 기억으로 때려 맞히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

    저는 그날 "AI가 모르면 모른다고 하겠지"를 반쯤 믿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AI는 모를 때도 똑같은 톤으로 말해요.
    아는 걸 말할 때랑 모르는 걸 지어낼 때랑, 목소리가 하나도 안 떨려요.
    자기가 보던 세상이 지금이랑 다르다는 걸, 자기는 몰라요.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거죠.

    아직 안 풀린 거

    이제는 AI가 "이렇게 하면 돼요" 하면, 그 자리에서 실제 파일을 한 줄이라도 열어보게는 됐어요.
    그건 습관이 됐어요.
    그날 이후로는 자동으로 손이 가요.

    근데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는 게 하나 있어요.
    그 여섯 개가 다 틀린 걸 제가 잡은 건, 그날따라 우연히 찜찜해서 코드를 열어봐서였어요.
    무슨 대단한 검증 습관 같은 게 아니라, 그냥 그날 손이 안 나갔을 뿐이에요.
    안 열어봤으면 그대로 들어갔을 거예요.
    그럼 다음에 제가 찜찜하지 않은 날엔요?
    매끄럽고 자신만만한데 사실은 한물간 답을, 저는 어떻게 알아채죠.
    아직 그 답은 못 찾았어요.
    일단은 그냥, 더 자주 열어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728x90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