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한테 제일 먼저 가르친 건 코딩이 아니라 '코딩하지 마'였어요AI Agent 2026. 6. 22. 10:33728x90반응형

"아직도 동일합니다."
화면 하나에서 머리줄 밑에 그어진 얇은 회색 선을 지워달라는 거였어요. 진짜 별거 아닌 일이었어요. 선 하나잖아요. 그래서 캐묻지도, 설계하지도 않고 바로 고쳤거든요. 그 선을 켜고 끄는 스위치가 코드 안에 있길래, 거기에 "이 탭에서는 끈다" 조건만 한 줄 걸었어요. 5분이면 끝나는 일.
그러고 "지웠습니다" 하고 보냈더니, 돌아온 게 저 한마디였어요. 아직도 똑같다고. 다시 화면을 열어보니 선은 그대로 거기 있더라고요.
스위치 이름만 믿고, 진짜 값은 안 봤던 거예요
제가 건 조건은 "머리글자 제목이 안 보일 때만 선을 켠다"는 거였어요. 이 탭은 제목이 보이는 쪽이라고 생각해서, 그럼 선은 자동으로 꺼질 거라고 믿었거든요. 스위치 이름이 그렇게 읽혔으니까요.
근데 그 탭은 제목을 자기가 직접 안 그리고 바깥 껍데기한테 맡기는 구조였어요. 그래서 "이 화면이 제목을 갖고 있냐"가 참이 되고, 그게 뒤집히고 또 뒤집혀서, 결국 "제목이 안 보임"이 참으로 떨어지더라고요. 제가 끈다고 건 그 조건이, 실제로는 켜는 쪽이었던 거예요. 이름만 보고 반대로 읽은 거죠.
여기까진 그럴 수 있어요. 사람이 코드 흐름 한 번 잘못 따라간 거니까. 진짜 등골이 서늘했던 건 그다음이었어요.
저는 안전하게 한다고 자동 검사도 같이 붙여놨거든요. "이 조건이면 선이 꺼진다"를 확인하는 검사요. 근데 그 검사가 검사한 건 제 가정이었어요. 실제 화면이 열릴 때의 조건이 아니라, 제 머릿속의 그 조건. 그러니 화면은 멀쩡히 망가진 채로, 검사는 초록불이 떴어요. 통과했다고 저한테 거짓말을 한 거죠. 저는 그 초록불을 믿고 "됐다" 하고 넘겼고요.
그래서 만들기 전에 멈추는 걸 먼저 가르쳤어요
이런 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제일 크게 데인 건 늘 "이거 너무 간단해서 바로 하면 돼요" 하고 시작한 일이었어요. 빠르고 손 빠른 도구일수록 멈추는 걸 제일 못 하거든요. 시키면 그 자리에서 만들어버리니까. 쇼핑몰 환불 버튼 하나 옮기는 거라고 가볍게 손댔다가, 알고 보니 그 버튼이 결제 취소랑 한 줄에 엮여 있었던 거랑 비슷해요.
그래서 AI한테 일을 시킬 때, 제일 먼저 단단히 박아둔 게 코딩이 아니라 "코딩하지 마"였어요. 만들라는 게 아니라, 만들기 전에 멈추라는 거.
멈추는 자리는 세 군데예요.
처음엔 진짜 뭐가 필요한지 캐물어요. "이게 필요할 것 같아요" 말고, 그래서 그 선을 왜 지우려는 건지, 그 화면이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는지를요. 그 선 하나도, 제가 화면 구조를 한 번만 진짜로 물어봤으면 이름에 안 속았을 거예요.
그다음, 이거 만들 가치가 있나를 좀 차갑게 따져요. AI는 시키면 "좋은 생각이에요!" 하고 받아주는 버릇이 있어서, 그 맞장구를 일부러 꺼놔야 진짜 필요한 일인지가 보이거든요.
마지막으로 설계가 통과되기 전엔 코드를 한 줄도 안 쳐요. 이름만 보고 "여기다 조건 한 줄" 하던 그 손버릇을, 아예 문으로 막아둔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솔직히 답답할 때 많아요. 그냥 빨리 만들고 싶은데 매번 멈춰야 하니까. "이번엔 신중하게 해야지" 하는 좋은 마음으론 안 되더라고요. 간단해 보이는 일일수록 그 마음이 제일 먼저 풀어지거든요(저만 그런 거 아니죠).
아직도 잘 모르겠는 게 하나 있어요. 그 자동 검사 말이에요. 분명 통과했는데 화면은 망가져 있던 거. 검사가 가정만 보고 진짜를 안 보면, 그건 안 만드는 것보다 더 위험한 거 아닌가 싶어요. 초록불을 믿어버리게 만드니까. 이건 아직 답을 못 찾았어요.
다음에 또 "이거 간단해서 5분이면 돼요" 소리가 입에서 나오려고 하면, 일단 그 화면부터 진짜로 한 번 열어보려고요.
728x90반응형'AI Ag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폴더 이름 한 번 바꿨다가 링크 576개를 동시에 깨먹은 날 (0) 2026.06.22 스무 번 넘게 고쳐달라다, "환불하고 싶다"는 말이 나왔어요 (0) 2026.06.22 단위 테스트 초록인데 왜 push하면 안 되냐면요 (0) 2026.06.22 17일 동안 죽어 있던 백업, 모니터는 끝까지 "건강함"이라고 했어요 (1) 2026.06.22 규칙을 너무 잘 지킨 나머지, 나흘 만에 제가 그걸 두 번 풀었어요 (0) 202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