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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무 번 넘게 고쳐달라다, "환불하고 싶다"는 말이 나왔어요
    AI Agent 2026. 6. 2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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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었고, 같은 화면 하나를 붙잡고 있었어요. 화면 위쪽 영역의 간격이 어딘가 어긋나 보여서, AI한테 "여기 살짝만 맞춰줘"라고 부탁했거든요.

    고쳐 왔어요. 다시 빌드하고, 폰을 들어 그 화면을 띄우고, 캡처를 떴어요. 안 맞았어요. 다시 부탁했어요. 또 고쳐 왔고, 또 빌드하고, 또 캡처를 떴어요. 그게 스무 번 넘게 반복됐어요.

    이 글은 '눈이 없는 AI'한테 화면을 추측으로 고치게 시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기록이에요. 결론부터 말하면, 무너지는 건 시간이 아니라 그 도구를 믿는 마음이더라고요.

    처음 두세 번은 그러려니 했어요. 원래 한 번에 되는 게 더 이상하잖아요. 근데 다섯 번째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어요. AI가 고쳐 오는 게 매번 "다른 방향으로 틀린" 거예요. 위로 올리랬더니 옆으로 가 있고, 옆을 줄이랬더니 위가 또 어긋나고.

    그때 깨달았어요. 얘는 내가 보는 화면을 못 보고 있었어요.

    AI가 읽는 건 화면을 그리는 코드였고, 실제로 폰에 찍히는 픽셀은 못 봤어요. 그러니까 "간격이 좁다"는 내 말만 듣고, 코드에서 그럴듯한 숫자 하나를 골라 바꿔보는 거였죠. 맞는지 틀리는지는 순전히 내가 빌드해서 캡처를 떠야만 알 수 있었고요. 매 라운드, 화면이 맞는지 확인하는 사람은 나 혼자였어요.

    쇼핑몰에 환불 넣을 때랑 비슷해요. 상자 안을 못 보는 상담원한테 "물건이 좀 찌그러졌어요"라고만 말하면, 상담원은 어디가 어떻게 찌그러졌는지 모른 채 "이렇게 하면 될까요?"를 계속 던지잖아요. 사진 한 장이면 끝날 일을, 말로만 스무 번 주고받는 거예요.

    추측의 진짜 비용은 시간이 아니었어요. 열 번쯤 갔을 때, 한 번은 진짜로 거의 맞게 고쳐 온 적이 있었거든요. 근데 그때 제 머릿속에 든 생각이 "또 틀렸겠지"였어요. 맞은 걸 보고도 안 믿게 된 거예요. 그 시점엔 작은 성공조차 제 기억엔 '한 번도 못 맞춘 도구'로 뭉뚱그려져 있었어요.

    열다섯 번을 넘기니까 어깨가 굳고 턱에 힘이 들어가더라고요. 폰 화면을 노려보면서 캡처 버튼을 누르는데, 손가락이 좀 거칠어졌어요. 입에서 결국 환불하고 싶다는 말이 나왔어요. 사람한테 한 게 아니라 도구한테요. 그게 좀 우스우면서도, 그 순간엔 진심이었어요.

    지금 와서 보면, 제가 멈췄어야 할 신호는 다섯 번째에 이미 와 있었어요. "왜 매번 다른 방향으로 틀리지"라는 그 짜증. 저는 그걸 '한 번만 더 시키면 되겠지'의 신호로 읽었는데, 사실은 비상정지 버튼이었어요. 방식 자체가 틀렸다는.

    그래서 그날 이후로 저한테 건 규칙이 하나 있어요. 같은 부분을 같은 식으로 두 번 거절했으면, 거기서 추측을 멈춰요. 세 번째 "고쳐줘" 대신, 캡처를 먼저 떠서 보여주거나, "정확히 어느 영역의 어떤 값"인지 범위부터 좁혀서 넘겨요. 눈이 없는 쪽한테는 말 스무 번보다 사진 한 장이 빠르니까.

    비효율을 잘라낸 것보다, 그 도구를 다시 믿게 되는 게 더 어려웠어요. 한 번 "또 틀렸겠지"가 박히면, 맞게 고쳐 와도 한참은 안 믿기더라고요.

    다음에 비슷한 일이 오면, 두 번째 거절 직후에 폰부터 들 거예요. 입으로 한 번 더 시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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