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되돌리기는 도구가, 앞으로 가는 건 왜 나만 누를까AI Agent 2026. 7. 25. 21:00728x90반응형

되돌리기는 도구가, 앞으로 가는 건 왜 나만 누를까 큰 전환을 앞둔 그 새벽, 나는 혼자였어요.
데이터가 살던 자리를 통째로 옮기는 작업이었고, 한 번 밀고 나가면 되돌리는 게 쉽지 않은 구간이었거든요.
그래서 비상용 안전장치를 하나 만들어뒀어요.
전환이 막 끝난 직후 점검에서 뭔가 어긋나면, 내가 1분 안에 응답하지 못할 경우 보조 도구가 알아서 판단하도록 한 거예요.
내가 자고 있거나, 전화를 못 받거나, 그 1분이 그냥 비어버리면 도구가 나 대신 결정한다는 뜻이었죠.처음엔 그 1분이 짧게 느껴졌는데, 막상 적어놓고 보니까 길더라고요.
사람 하나가 잠에서 깨서 화면 앞으로 오기엔 1분은 너무 짧고, 데이터가 잘못 흐르기엔 충분히 긴 시간.
그 애매한 1분 동안 도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사실상 정해져 있었어요.
되돌린다, 아니면 멈춰서 나를 기다린다.
둘 중 하나.분기를 셋이나 그려놓고
판단 기준은 내가 직접 짰어요.
점검 항목 다섯 개 중 하나라도 실패하면 도구가 원인부터 분류하게 했죠.
구조나 데이터가 어긋난 거면 시간 안에 못 고치니까 묻지 말고 즉시 되돌려라.
잠깐 한 군데만 삐끗한 일시적인 거면, 고치라고 권고만 하고 절대 직접 손대지 말고 나를 기다려라.
원인이 도무지 애매하면 — 사람이 없을 땐 무조건 되돌리는 게 안전하다 — 그러니 되돌려라.
제가 적은 표의 마지막 열은 전부rollback아니면wait_for_owner였습니다.적어놓고 다시 읽어보니 분기가 셋인데, 셋의 끝이 전부 "되돌리거나, 멈추거나"였어요.
거기에 못 박은 금지 항목도 줄줄이 달았죠.
데이터를 새로 쓰지 마라.
지우지 마라.
구조를 바꾸지 마라.
도구가 그 1분에 할 수 있는 건 회수와 대기뿐이고, 그 외엔 한 줄 한 줄 다 막아둔 거예요.처음엔 그냥 신중하게 짠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람이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인지 능력이 바닥인 채로 잘못 되돌리면 반년치 작업이 통째로 날아갈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차라리 보수적으로.
잘못 판단하느니 일단 안전한 자리로.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켰어요.
안전망을 두껍게 쳤다고 뿌듯하기까지 했고요."앞으로 가"가 없었어요
며칠 뒤에 그 판단 기준을 다시 열었다가 좀 멈칫했어요.
세 분기를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다시 읽는데, 어디에도 "그대로 밀고 나가라"는 줄이 없는 거예요.
점검을 다 통과했을 때 다음으로 넘어가는 건 오직 내가 손으로 눌러야만 하는 일로 돼 있었고, 도구한테는 그 버튼 자체를 안 줬더라고요.
빼먹은 게 아니라, 만들 생각조차 안 했던 거죠.
세 갈래를 짜는 내내 "앞으로"라는 선택지가 머릿속에 한 번도 안 떠올랐다는 게 더 이상했어요.도구는 되돌리는 건 혼자 해도 돼요.
되돌리기는 틀려도 제자리니까.
한 줄 바꿔서 옮긴 걸 한 줄 바꿔서 도로 가져오는 거라, 망쳐봐야 출발점이거든요.
근데 앞으로 가는 건 틀리면 제자리가 없어요.
그래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권한을 한쪽으로만 깎아놨던 거예요.
회수는 자동, 전진은 전부 내 손.
설계 어디에도 그런 문장은 안 적었는데, 손이 알아서 그렇게 짜고 있었어요.이상한 건, 그게 합리적이라는 거였어요.
잘못 되돌리는 건 복구가 되는데 잘못 나아가는 건 복구가 안 되니까, 도구한테 후진만 맡기고 전진은 내가 쥐는 게 머리로는 맞죠.
근데 동시에 좀 서글펐어요.
새벽까지 같이 버틸 도우미를 만들어놓고, 결국 시킨 일이라곤 "물러서는 것"뿐이라는 게.
위험한 순간에 내가 그 애한테 허락한 유일한 동작이 뒷걸음질이라는 게요.그 버튼은 끝내 안 만들었어요
그 새벽이 어떻게 끝났냐면, 사실 아무 일도 안 일어났어요.
그 비상 장치는 한 번도 작동하지 않았어요.
전환 자체를 끝까지 안 했거든요.그 작업을 안전하게 하려면 결정 두 개를 먼저 박아야 했어요.
어떤 신호에서 되돌릴지 그 선을 정하는 것, 그리고 내가 1분 안에 못 깨면 대신 그 비상 절차를 붙여넣어 줄 사람을 한 명 구해두는 것.
새벽 시간대에도 전화를 받아주고, 결정은 안 해도 되니 그냥 정해진 글만 붙여넣어 줄 사람.
가족이든 동료든 딱 한 명.
스무날 넘게 혼자 비상 대기를 서야 하는 일정이라, 그 한 명이 없으면 안전하게 못 떠난다고 문서에도 적어뒀고요.
근데 그 두 칸을 끝내 못 채웠어요.
응급 연락책 자리는 빈 밑줄 그대로였고, 되돌릴 기준선도 "나중에"라고 미뤄둔 채였죠.
사실 누구한테 새벽 3시에 전화를 받아달라고, 잘못되면 같이 책임지는 자리에 서달라고 부탁하는 게 코드 한 줄 고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어요.그래서 일정표의 그 마지막 칸, 전환 당일에 체크할 네모는 지금도 빈칸이에요.
문서 상태는 아직 "초안"이고요.
리허설 날 한 번 돌려보기로 했던 그 비상 절차는, 정작 연습 한 번 안 거치고 그대로 멈췄어요.
도구한테 후진 버튼만 쥐여준 그 판단 기준은 잘 만들어둔 안전장치가 아니라, 끝내 못 떠난 출발선에 그냥 놓여 있는 종이가 됐죠.그 뒤로 그 파일을 한 번 더 열었어요.
"전진" 분기를 넣어볼까 커서를 한참 올려놨다가, 그냥 닫았어요.
아직은 그 버튼을 도구한테 줄 자신이, 아니 그 전환을 다시 시작할 자신부터가 안 나더라고요.728x90반응형'AI Ag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마다 터지는 게 내 탓인 줄 알았어요 (1) 2026.07.26 전환의 한 줄은 무섭지 않게 만들어놨는데 (0) 2026.07.26 청구서의 주인공은 제 프롬프트가 아니었습니다 (0) 2026.07.25 데이터에 없는 원인을, AI는 누가 막아둔 칸까지 넘어서 지어냈어요 (0) 2026.07.24 위 숫자와 아래 숫자가 다릅니다 (1) 202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