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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시키는 대로 다 만들었고, 일곱 시간 뒤에 그걸 지운 건 나였다AI Agent 2026. 7. 23. 21:00728x90반응형

AI는 시키는 대로 다 만들었고, 일곱 시간 뒤에 그걸 지운 건 나였다 오전에 작은 안내 한 줄을 붙여달라고 했어요.
화면에 숫자가 하나 뜨는 자리가 있는데, 그 옆에 "최근 기준으로 계산된 값입니다" 하고 풀어주는 회색 글씨 하나.
숫자 오른쪽 8픽셀쯤 떨어진 자리에서 마우스를 올리면 떴다가, 치우면 사라지는.
한 줄로 설명되는 거였고, AI는 군말 없이 만들어줬어요.
검증도 다 초록이었어요.
들여보냈죠.그날 저녁, 그러니까 한 일곱 시간쯤 뒤에, 저는 같은 화면을 보면서 이러고 있었어요.
"이거 지워주세요.
숫자만 있으면 되는데, 옆에 글씨가 붙으니까 눈이 자꾸 거기로 가요."만든 사람도 나, 지우자고 한 사람도 나
웃긴 건 그사이에 누가 끼어든 적이 없다는 거예요.
동료가 "이거 좀 별로인데요" 한 것도 아니고, 어디서 버그가 터진 것도 아니었어요.
아침에 "이거 있으면 친절하겠다" 했던 머리랑 저녁에 "이거 시끄럽다" 한 머리가 같은 머리였어요.아침의 저는 그 회색 글씨가 화면을 친절하게 만든다고 봤고, 저녁의 저는 그게 숫자를 가린다고 봤어요.
둘 다 저였어요.
일곱 시간 동안 제 안에서 뭐가 바뀐 건지는,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저녁쯤 다시 켜보니 그 회색 글씨만 눈에 들어왔어요.그 한 줄이 나중에 두 번 발목을 잡았어요
더 떨떠름한 건 며칠 뒤였어요.
마우스를 올렸을 때 안내가 안 뜬다는 얘기가 한 번, 화면을 좁게 줄였더니 그 글씨가 숫자 위로 겹친다는 얘기가 또 한 번.
결이 완전히 다른 두 개였는데, 따라 들어가 보니까 끝에 똑같이 그 회색 글씨 한 줄이 앉아 있었어요.
마우스 올렸다 떼는 그 깜빡임을 처리하던 자리에서 둘 다 시작된 거예요.그걸 보면서 좀 머쓱했어요.
아침에는 친절하다고 넣고, 저녁에는 거슬린다고 빼고, 며칠 뒤엔 두 군데서 같이 사고 치고.
회색 글씨 한 줄 치고는 이력이 화려했어요.AI는 어느 쪽이든 똑같이 잘 만들었을 거예요
여기서 제가 진짜 멈칫한 지점은 이거였어요.
AI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어요.
만들라면 만들고, 지우라면 지웠어요.
만약 제가 아침에 "이건 넣지 말자"고 했어도, AI는 똑같이 충실하게 그 '안 만든 버전'을 만들어줬을 거예요.
어떤 버전을 내밀든, 그쪽으로 군말 없이 성실했을 거예요.그러니까 '잘 만드는 것'은 처음부터 AI 몫이었고, 잘 만들긴 했어요.
검증도 통과했잖아요.
근데 '이걸 만들어야 하는가'는 한 번도 AI한테 넘어간 적이 없었어요.
그 문은 위임이 안 되더라고요.
아침에도 저녁에도, 그 문 앞에 서 있던 건 저 혼자였어요.이상한 게, AI가 빨라질수록 이 자리가 더 휑하게 느껴져요.
만드는 데 1초밖에 안 걸리니까, 제가 붙들고 있을 시간이 '만들까 말까'밖에 안 남거든요.
손이 빠른 사람이 옆에 앉아 있는데, 정작 저는 1초짜리 일 앞에서 한참을 못 정하고 있는 거예요.그래서 지금은
요즘은 뭘 시키기 전에 잠깐 멈춰요.
손이 근질거려서 "이거 한번 붙여볼까" 싶을 때, 아침의 나랑 저녁의 나한테 같은 걸 두 번 물어봐요.
둘 중 한 명이라도 떨떠름하면 일단 안 시켜요.오늘도 화면 한구석에 뭐 하나 붙이고 싶은 게 떠올라서, 만들라고 칠 뻔했어요.
이번엔 바로 시키지 않고 메모장에 한 줄만 적어뒀습니다.
"저녁에 다시 봐도 필요한가." 커서를 한참 깜빡이게 두다가, 그냥 창을 닫았어요.
저녁의 나한테 한 번 물어보고 싶은데, 저녁이 아직 안 왔어요.728x90반응형'AI Ag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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