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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달 전에 만든 기록 폴더를 열었더니, 안에 .gitkeep 하나뿐이었어요
    AI Agent 2026. 6. 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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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제 밤에 한 달 전에 만들어둔 폴더를 열었어요.

    여러 일꾼을 대신 굴리는 자동 작업들이 "뭘 했는지"를 전부 남기게 만든 기록 폴더였거든요.
    한 줄씩 차곡차곡 쌓여 있겠거니 하고 열었는데, 안에는 파일이 딱 하나였어요.
    .gitkeep.
    폴더가 비어서 사라지지 말라고 끼워두는, 내용은 0바이트짜리 표식 파일이요.

    그 파일 안에 제가 한 달 전에 적어둔 주석이 있더라고요.
    "여기에 매달치 기록과 실행 로그가 쌓인다." 그 한 줄만 덩그러니 있고, 정작 쌓인다던 건 한 건도 없었어요.
    설계는 거기서 멈춰 있었어요.

    시스템은 설계도가 아니라, 내가 실제로 지킨 가장 약한 습관만큼만 진짜예요.
    이건 그걸 한 달 늦게 깨달은 이야기예요.

    분명히 정교하게 만들었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날 저는 꽤 진지했어요.
    자동 일꾼들을 부리려면 규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운영 규칙 문서를 쓰고, 목표를 어떻게 잡고 점검할지 모델도 짜고, 마지막으로 "모든 실행을 기록하는 추적 원장"까지 설계했어요.

    원장에 뭘 담을지도 다 정해뒀어요.
    다시 이어서 실행할 수 있는 세션 식별자, 어느 브랜치 몇 번 커밋에서 돌았는지, 검증이 통과했는지(exit 코드), 최종 판정이 합격인지 보류인지.
    사람이 읽을 매달치 기록 파일 하나, 기계가 읽을 로그 파일 하나.
    둘로 나눠서요.

    문서에는 이렇게까지 적혀 있었어요.
    "자동 + 영구.
    모든 실행이 기록을 남긴다." 런타임에 임시로 쌓이는 건 언제든 지워질 수 있으니, 이 폴더에 남는 기록만이 유일하게 살아남는 흔적이라고.
    자랑은 아니지만 그 문장은 지금 봐도 잘 썼어요.

    웃긴 건, 이걸 만든 이유 자체가 "예전엔 아무것도 기록이 안 남았더라"였다는 거예요.
    만들기 직전에 과거 작업들을 뒤져봤는데, 실행 기록이 단 한 건도 없었거든요.
    그게 분해서 이 원장을 설계한 거였어요.

    한 달 뒤, 똑같이 0건

    그러니까 저는 "기록이 0건인 게 싫어서" 기록 시스템을 만들었고, 한 달 뒤에 그 시스템을 열어보니 또 0건이었던 거예요.

    처음엔 좀 멍했어요.
    자동으로 쌓인다고 그렇게 적어놨는데 왜 비어 있지.
    한참 들여다보고 나서야 알았어요.
    자동으로 쌓이는 건 맞아요.
    단, 그 경로로 일을 보냈을 때만요.
    그리고 저는 그 한 달 동안, 한 번도 그 경로로 일을 보내지 않았어요.

    급할 땐 그냥 손에 익은 방식으로 일꾼을 불렀거든요.
    원장에 기록이 남는 경로는 손이 한 번 더 가는데, 마감 앞에서 그 한 번이 늘 귀찮았어요.
    "이번 한 번만 빨리"가 한 달이 됐고, 그래서 가장 약한 고리가 통째로 끊긴 거예요.

    설계한 아키텍처는 멀쩡했어요.
    코드도 멀쩡했고요.
    끊긴 건 저였어요.

    "다 됐어요"랑 똑같은 얼굴이었다

    여기서 좀 서늘했던 게 있어요.
    저는 얼마 전부터 자동 일꾼이 "다 됐어요"라고 보고하면 그 말을 안 믿기로 했거든요.
    결과물을 직접 열어보고 증거를 봐야 그제서야 됐다고 치는 식으로요.

    근데 "기록하기로 했어요"도 정확히 같은 종류의 거짓말이었어요.
    설계 문서에 "자동으로 남는다"라고 적힌 순간, 저는 그게 실제로 남고 있다고 믿어버렸어요.
    일꾼의 "다 됐어요"를 의심하면서, 정작 제 시스템의 "기록돼요"는 한 달 동안 한 번도 안 열어봤어요.

    설계는 약속이고, 약속은 증거가 아니에요.
    빈 폴더 하나가 그걸 알려줬어요.

    (솔직히 이 글 쓰는 지금도 좀 민망해요.
    남의 보고는 그렇게 의심하면서 제 손은 안 봤다는 게.)

    제가 그날 한 건

    그래서 그 자리에서 폴더를 다시 그럴듯하게 채우진 않았어요.
    가짜로 한 달치를 소급해 적는 건 또 다른 거짓말이니까요.

    대신 딱 하나만 했어요.
    다음에 일꾼을 부를 때 손이 덜 가는 쪽이 "기록이 남는 경로"가 되도록 기본값을 바꿨어요.
    귀찮음이 규칙을 이긴 거였으니까, 규칙을 더 엄하게 쓰는 대신 귀찮음의 방향을 바꾼 거죠.
    이게 통할지는 아직 몰라요.
    다음 달 그 폴더를 열어봐야 알겠죠.

    요즘은 시스템을 새로 만들 때마다 속으로 묻게 됐어요.
    이거, 한 달 뒤에 열어보면 비어 있을까.
    설계가 아니라 내 가장 게으른 날의 습관을 기준으로요.
    거기서 살아남는 만큼만 그 시스템이 진짜로 있는 거더라고요.

    .gitkeep 하나.
    그게 한 달 동안 제 운영체계의 전부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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